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以熱治熱로 걷기 - 暴炎속의 바라산 둘렛길즐거운 세상 2021. 7. 25. 07:00
덥다고 그냥 집에서 에어컨 바람 아래 마냥 지낼 수는 없다.
더위는 더위, 아니 열로써 맞서는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이열치열이다.
역으로도 마찬가지다. 추위에도 그렇다는 얘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 세월을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어제도 무척 더웠다.
평촌 사는 후배가 산에 가자고 전날 연락을 해 왔을 때,
내심 이열치열 산행을 생각해 그러자고 했다.
의왕 바라산 자연휴양림 둘렛길이다.
이 길은 3년 전 여름 첫 시작으로 그 후에도 몇 번 걸었다.
후배와 인덕원에서 만났을 때가 아침 9시경인데,
그 때부터 날씨는 후끈거리고 있었다.
둘렛길 초입은 한 20여 분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 길이다.
초입부터 숨이 턱턱 막혀오기 시작했다.
후배는 바리바리 챙겨 온 배낭이 무거운 듯 했다.
그에다 초입 수퍼에서 나를 위해 소주까지 챙겨넣고는 무겁다고 투덜거린다.
무거우면 가다가 대신 매주겠다고 달랬다. 물론 립서비스이지만.
가파른 산길엔 바람 한점 없다.
정말 말 그대로 찜통 속을 걷고있는 듯 했다.
땀이 비오듯 했고, 금새 온 몸이 땀으로 젖어갔다.
숨이 차고 더우니 서로들 얘기 주고받을 여유도 없다.
그저 묵묵히 걸어 올랐다.
어느 산등성이 지점에서 산길이 부드러워졌다.
완만한 오르내리막 길이었는데,
그 지점부터 웬일인지 바람이 불어준다.
그 때부터 살만해지니 여유랄까,
비로소 후배와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고 받으며 걸었다.
후배는 산행 후 계획이 어떻고 저떻고 한다.
물회 잘 하는 집이 있으니, 그 집에서 점심을 먹고 청계산 아래 자기 텃밭 운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일단 내려가서 얘기하자고 했다.
시원한 산길은 데크 길로 이어졌다.
데크 길을 벗어나자,
신작로같은 길이 펼쳐지는데 우선 보기에도 더위가 우글거린다.
그냥 맨길을 고스란히 뜨거운 땡볕을 받으며 걸었다.
한 30분을 그렇게 걸으니, 정신이 좀 몽롱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후배가 이상해졌다.
실실 웃고, 이상한 말들을 지껄인다.
정신 차려라 했더니, 그냥 휙 보고는 또 실실거린다.
안 되겠다 싶어 길옆 샘물가에 앉혔다.
손과 얼굴을 물에 적시고 그늘에 앉아 있으니,
후배의 그 증상(?)이 좀 덜해진다.
모를 일이다. 후배가 정말 이상해졌는지,
아니면 내가 이상해져 후배가 그렇게 보였는지는.
하기야 내 죄(?)가 컸다.
둘렛길 오름길에서 조금 내려왔을 때 평상이 갖춰진 쉼터가 있었다.
후배가 쉬어가자길래 그러자 했는데, 내 주문이 좀 거셌다.
날도 덥고 그렇다. 어차피 이열치열로 걷는데,
한잔하고 걷자고 제안한 것이다.
후배로서는 우는 아이 뺨 때려준 격일 것이다. 얼씨구하며 상을 펼쳤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막걸리 두병과 '화요' 200mmg짜리 한병을 비웠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 후의 산길은 술김에 걸은 것이다.
하산길은 후배가 잡았다.
물회는 내가 싫다고 해서 포기를 했다.
후배는 내 말을 비교적 잘 듣는다.
대신 고기와 냉면을 먹자고 했고 후배는 그대로 따랐다.
약간의 고기와 냉면으로 산행을 마무리했다.
더 이상은 말자고 서로 합의가 잘 됐다.
나는 정말 모처럼 비교적 이른 오후 네시 경에 집으로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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