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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사는 이야기 2021. 8. 2. 07:21

    졸지에 꽃 화분이 많이 생겼다.

    난을 많이 키우는 친구가 준 것이다.

    물론 내가 달라했다.

    기억은 뚜렷하지 않은데,

    얼마 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그 친구에게 그런 것 같다.

    친구가 그걸 기억하고는 어제 연락을 보내온 것이다.

    나에게 꽃은 좀 가당찮은 측면이 있다.

    우선 꽃을 가꿀 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말에는 전제가 붙는다.

    딴에는 잘 피우게 하려고 노력을 한다는 것.

    그런데도 꽃은 나몰라라하며 그냥 저대로 나가버리는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아내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제껏 집에 꽃은 드물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집에 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내가 어디서 한 두어개 꽃 화분을 구해온 것이다.

    아내는 화분을 베란다 창 앞에다 두고 나름 열심히 가꾸는 모습이었는데,

    글세, 내가 보기에 그리 신통치 않았다.

    나는 그게 좀 안타까웠다. 왜 우리 집에는 꽃이 잘 피질 않는가.

    꽃을 보는 것은 아무래도 나이에 비례하는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가니 꽃이 정말 꽃답게 보이는 것이다.

    그런 느낌에 어라, 내가 이상해진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건 순리에 따른 자연적인 이치라는 걸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덩달아 뭐랄까, 꽃에 대한 욕심도 생겨나는 것이다.

    친구의 연락을 받고 어제 오후 친구가 사는 중계동으로 꽃 가지러 갔다.

    친구는 나를 생각해 노원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꽃을 피운 난을 포함해 모두 네 그루의 난 화분이다.

    나는 한 그루 정도 생각하고 갔는데, 친구가 많이 가져나온 것이다.

    나로서는 친구로부터 그저 얻어올 수야 없다. 1차, 2차로 술 한잔, 먹였다.

    술을 먹으며 친구로부터 어떻게 관리하고 키울 것인가요 대한 설명을 들었다.

    친구는 아주 쉽게 가장 기초적인 것을 설명했지만, 나로서는 난해했다.

    술을 마시고 나왔다. 집에 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 바리바리 묶은 난꽃 화분이 무려 네 개다.

    그기다 친구는 담금주 두병까지 담았다. 무게가 한 20Kg는 족히 됐다.

    그 짐꾸러기를 들고 낯술에 취해 노원 역을 서성거리는데, 어디 택시가 잡히겠는가.

    전철 두번 갈아타고 집으로 오면서 혼 좀 났다.

    늙은이가 꽃 화분을 들고 다나는 게 이상했던지 시선도 많이 받았다.

    오늘 아침에 보니 꽃을 피운 난이 이쁘다.

    작취미성이지만, 내가 다정히 불러줬더니 비로소 나에게 꽃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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