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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대장천변으로 가니 날은 흐렸지만,
전형적인 가을 기후 속, 대기는 맑고 청량했다.
대장천 물도 연일 내린 비 탓인지 어느 때보다 깨끗해 보였다.
아침 일찍 대장천변을 걷는 일이 거의 일과가 됐다.
천변에 양심불량인 사람들이 버리는 널브러진 쓰레기들이 많다.
천변 길을 달리는 차 안에서 얌체처럼 버려지는 쓰레기들인데,
그걸 가끔씩 주워 치우기도 한다.
딴에는 그게 대장천을 위한 나만의 조그만 봉사이기도 하다.
쓰레기들이 버려진 곳이 좀 얄궂다.
하필이면 주로 꽃들이 피어있는 구석진 곳에 버려져 있다.
그 쓰레기들을 주워 치우는데, 문득 이쁜 꽃이 눈에 들어온다.
연분홍 가을꽃인 코스모스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에서 아, 가을이구나 생각에 꽃에 다가가려는데,
꽃술 한 가운데 뭔가 꿈틀거린다.
나비였다. 나비가 꽃술에 더듬이를 박고 뭔가 그러고 있었다.
인기척이 나면 날아갈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고 계속 더듬이를 박고있는 나비.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마트폰 카메라를 살짝 들이댔다.
그 때서야 나비는 좀 멈칫하는 듯 하더니 가볍게 꿈틀댄다.
갤럭시 S21 울트라 카메라에는 접사(close-up)촬영 모드가 있다는 게
생각이 나 그 모드로 찍었다. 찍고보니 날이 흐려서인지 그닥 선명하지는 않다.
사진을 찍으려 몸을 움직이고 있을 때 문득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여보시오 차! 차!"
차가 지나가니 조심하라며 주의를 당부하는 어떤 분의 외침이었다.
며칠 전, 대장천이 아닌 다른 곳에서 어떤 노인분이
덤프트럭에 변을 당했다는 얘기로 서로들 천변을 지나다니는 차들에 긴장감이 높았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꽃과 나비를 찍느라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에 한 소리 들은 것이다.
꽃과 나비, 그러니까 문득 옛 노래가 생각난다.
방주연이 부른 노래 중에 '꽃과 나비' 그 노래가 있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그렇고 그런 노래려니 여겼는데,
몇번 들어보니 당겨지는 노래였다. 그래서 한 때 많이 들었다.
그런데, '꽃과 나비'는 여러 가수들이 부른 모양이다.
유튜브 검색을 해보니 나훈아가 부른 것도 있다.
재킷 타이틀의 나훈아는 아주 젊었을 적의 모습이다.
나훈아의 '꽃과 나비'도 그런대로 들은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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