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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데코 풍 아날로그 '나쇼날 오븐(oven)' circa 1980s추억 속으로 2021. 10. 14. 13:49
1980년대 아날로그 식 오븐. 일견 좀 둔탁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그래도 당시로는 첨단인 기계식 타이머가 부착된 만능 조리기였다.
저걸 꺼내놓고 보니 저 안에서 재잘거림이 들린다.
80년대 초 과천 살 적에 큰애, 작은 애 할 것없이 저 오븐으로 아내가 많은 걸 해 먹였고,
"땡!" 하며 요리가 다 됐다는 시그널을 보내면 아이들이 손벽을 치곤 했다.
나는 그때 한창 인기를 끌던 피짜 맛에 끌려, 아내가 저것으로 피짜토스트를 많이 만들어 주었다.
어제 주방 정리를 하다 저게 나왔다.
아내는 낡고 오래된 것이니 버리자 했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 애착이 갔다. 그 이유는 물론 있다.
저 오븐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당시 일본에 체류하고 계셨던 어머니가
일시 귀국하면서 사들고 오셨던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저 오븐을 꺼내 닦고 기름을 치고 다듬었더니 꽤 쓸만하게 됐다.
고장도 나질 않았고, 성능도 그때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다시 보니 아르데코 풍의 심플하면서 빈티지한 디자인도 새삼 마음에 든다.
오늘 나는 저 오븐으로 옛 기억을 되살려 피짜토스트를 만들어 점심으로 해 먹었다.
추억이 묻어나는 맛있는 점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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