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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景畵'로 남아가는 秋夕추억 속으로 2021. 9. 20. 10:03
"생선 부쳤다. 조구와 민어는 좀 넉넉하게 넣었다.
제사 전이라도 좀 찌지고 끼리 무라.
그라고 돔배기 그 거는 함부로 손대지 마라.
내가 올라가서 하마."
나에게 추석은 언제나 멀리 마산으로부터 왔다.
추석 한 일주일 전 쯤 마산 어머니로부터 생선 부쳤다는 전화가 그랬다.
일종의 시그널이었다. 지금은 물론 없다.
추석의 까마득한 한 기억일 뿐이다.
덧붙인다면, 추석은 이제 나에겐 하나의 그림으로 남아가고 있다.
기억에 붙박이 처럼 붙어있는 일종의 정물화 같은 풍경의 그림이다.
냉장고 옆, 기대 앉을 수 있는 너른 벽 한켠에 어머니가 앉으셨다.
그 맞은 편은 제수 씨다. 그 옆으로 여동생들이 앉았다.
아내는 딱히 정해진 자리가 없이 부엌에서 왔다갔다 한다.
추석 전날 오손도손 가족들이 모여않아 음식 장만하는 풍경이다.
찌짐이 부쳐지고 생선이 구어진다.
돔배기와 문어 조려지는 달콤살콤한 냄새가 집 안에 가득하다.
그 자리 좀 떨어져 나는 동생과 술 잔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들 방, 사촌형제들끼리의 조잘거림이 다감하게 들려온다.
한산하고 풍성하고 소슬한 가을 날, 나의 추석은 항상 이랬고,
이게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흐르는 세월 속에 이제는 기억과 추억의 그림으로만 남았다.
93세의 老母는 노환에다 거동이 불편해 대구에 계시고, 동생들은 어머니를 보살피고 있다.
서로들 역할을 분담키로 한 것도 오래 전이다.
나는 차례를 모시고 동생은 아버지 산소를 갔다오는 것으로.
아이들 마저 모두들 밖에 나가있기에 추석은 결국 올해도 아내와 단 둘이 맞게 될 것이다.
호젓한 추석이겠지만 좀 쓸쓸할 것 같다.
아내의 표정이 지레 그렇게 다가오는 게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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