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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과의 어떤 'reunion'
    misce. 2021. 11. 30. 11:41

    큰 아이는 다섯 살 때인가 물에 빠져 죽을 뻔 했다.

    친구들과 놀러 간 강릉 바다에서,

    아들은 또래의 친구 아이들과 물에서 놀다 깊은 웅덩이에 걸려든 것이다.

    두번 떠 올랐다가 마지막으로 잠기는 찰라에 같이 술을 마시고 있던 한 친구가 발견하고는

    그대로 달려가 물에 뛰어들어 구해냈다.

    나는 뒤돌아 앉았던 반면에 그 친구는 현장을 마주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얘기가 얼마 전 큰 아이 내외와 밥먹는 자리에서 나왔다.

    니가 살 운명이었다고 나는 끔찍했던 그때를 떠 올리며 말했다.

    근데 아들은 싱글싱글 웃으며 이런 말을 농담 던지듯 한다.

    그때 아버지, 어머니가 그리 무정할 수 없었고 그래서 체념하다시피 했다는 것.

    그게 무슨 말인가고 물었더니 아들은 이런다.

     

    물 속에서 헤매다 웅덩이로 처음 빠져드는데,

    내 친구들과 앉아있는 나와 아내가 눈에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그때 든 생각이 아, 엄마, 아빠가 곧 나를 구하러 오겠구나였다는 것.

    이어 두번 째로 떠 올라 다시 빠져들 때는 나와 아내를 보며,

    어, 엄마, 아빠는 왜 저러고들 앉았지, 나를 구하러오지 않고…

    세번 째 마지막으로 빠져들기 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 엄마, 아빠는 나를 구하러 오질 않는구나. 그러면 할 수 없지. 이제 힘도 빠졌으니 죽을 수밖에…

    그러면서 체념하고 빠져드는데 그때 내 친구가 구한 것이다.

    아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걸 보고 듣다 나는 갑자기 슬프고 숙연해졌다.

    지금은 농담처럼 애길하지만, 그때 어린 마음에도 그 심정이 얼마나 오죽했었기에

    삼십 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때의 그 기억을 서러운 심정으로 또렷하게 간직하고 있을까 하는.

    아내도 좀 멍한 채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며느리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아들과 나는 서로 마주보고 웃었지만, 그건 웃음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모처럼 아들과 reunion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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