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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일 북한산 산행 二題
    즐거운 세상 2022. 5. 29. 13:37

    이런 걸 조우(遭遇, encounter)라 할 것이다.
    어제 북한산 산행에서 한 친구를 고등학교 졸업 후 반세기가 지나 만난 것이다.
    우연이지만, 우리들의 만남은 하나의 잘 짜여진 각본 같았다.
    우리들이 사모바위 인근에서 요기를 할 장소를 찾아 사모바위 위 쪽의 참한 바위 아래로 내려가 자리를 잡으려는데,
    바로 곁에서 동기친구 둘이 자리를 펴고 앉아서 요기를 하고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 흡사 만나기로 약속해 만나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앉아있는 둘 중의 왼쪽 친구가 박석환으로, 1970년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나는 것이어서 나로서는 참으로 극적이었다.
    이 친구는 중학교도 함께 다녔는데, 둘이서 얘기를 나누며 기억을 모아본 바에 따르면,
    중학교 2학년 때 6반 같은 반으로 무척 친하게 지냈다.
    그때 이 친구가 급장을 한 기억이 있어서 그걸 떠 올렸더니, 친구는 맞다고 했다.
    그리 친하게 지냈는데 같은 고등학교를 가서는 왜 잘 보질 않았는지 모르겠다.
    친구는 반가움의 표시로 손수 커피를 타 친구들에게 건넸다.
    할 말들은 많았지만, 어차피 서로들 따로 온 산행이니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 친구 얘기 만하고 보니 다른 친구들은 모두 엑스트라가 돼버렸다.


     





    물가가 많이 오르기는 올랐다.
    우리들이 북한산 산행 후 뒤풀이를 위해 들리는 ‘삼각산’에서 그걸 실감하고 있다.
    십 수년을 다니는 이 집은 각가지 맛있고 풍성한 반찬이 우리들의 구미를 돋우게하는 집이다.
    그런데, 어제 친구들 입에서 이구동성으로 그런 말이 나왔다.
    이 집 반찬이 어째 좀 많이 빈약해진 것 같다는 것.
    예전에는 반찬 가짓수가 보통 예닐곱 정도는 됐다. 그것도 가지와 도라지, 고사리, 브로콜리무침,

    열무김치, 물김치 등 철에 맞는 다양한 채소와 어묵, 멸치볶음 등, 메인디쉬도 맛있지만

    아무튼 반찬 맛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났다.
    어제 그런 말이 나온 건 그런 조짐을 지난 주에도 느꼈기 때문이다. 반찬 가짓수도 줄었지만,
    양이 형편없이 빈약했다. 물론 리필은 잘 해주지만, 뭔가 변화가 있는 건 분명했다.
    기어코 한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의 ‘영원한 호프’ 미숙 씨에게 그런 얘기를 살짜기 했다.
    그랬더니 수긍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미적거렸다.
    물가가 엄청 올랐기 때문이겠지. 미숙 씨가 할 말을 대신 해주고 말았지만,

    서로 마주보기가 좀 거시기하기는 했다.
    다음에는 어떨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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