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리산 산행에서 하나 아쉬웠던 건, 꽃들 보기가 쉽지않았다는 점이다.
지리산은 주지하다시피 각종 야생화들의 천국이다.
특히 이즈음 세석평전은 奇花奇草의 초여름 야생화들로 현기증이 날 지경인데,
물론 우중에다 강풍의 고르지 않은 날씨였기에 활짝 핀 꽃들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꽃들이 너무 빈약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나마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건 산목련이다.
함박꽃이라고도 부르는 산목련은 특히 노고단을 지나 반야봉 인근에 드문드문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병꽃들도 이따금 씩 보였는데, 활짝 꽃을 피운 건 그리 흔치 않았다.
함박꽃과 붉은 병꽃을 접하면 한 사람이 떠올려진다. 지리산을 함께 많이 다녔던 친구, 故 이주흥 변호사다.
이 친구는 어느 해 여름 산행에서 평소와 다르게 꽃 이름 아는 체를 많이 했다.
야생화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 꽃들 중에 친구가 제일 아는 체를 많이 하며 언급을 한 꽃이 함박꽃과 붉은 병꽃이라,
우리 친구들은 그 친구 아는 꽃이 그 두 개 꽃밖에 없을 것이라고 놀려댔다.
천왕봉을 오른 후 중산리 쪽으로 내려오면서 흰 철쭉꽃 한 무리를 만났다.
이번 지리산 산행에 동행한 후배인 김종희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는,
올해 지리산에서 철쭉 보기가 힘들다면서 특히 반가워하길래 우리들은 좀 오래도록 철쭉꽃을 바라다 보았다.
이 포스팅을 SNS에 올렸더니, 어떤 분이 붉은병꽃을 닮은 소영도리꽃을 언급하면서
이 둘 간에 구분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로서도 식물이나 꽃 등에 관해서는 과문한 편이니
그 구분이 쉽지 않은데, 그 분이 잎겨드랑이에 꽃이 많이 피는 게 소영도리라고 가르쳐주길래,
지리산에서 찍은 것을 봤더니 이 꽃은 소영도리에 가까운 꽃이었다.
하지만 병꽃이나 소영도리 공히 같은 과의 꽃이니, 그냥 친구를 생각해서 엄밀히 따지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