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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시 남성동 113번지
    추억 속으로 2011. 2. 17. 13:20

    마산시 남성동 113.

    옛날 마산 우리집이 있던 번지수다.

    오래됐지만, 아직도 그 집에 대한 기억은 생생하다.

     

    불종거리에서 내려와 선창가로 가는 사거리,

    오른편 모서리에 있던 집이 바로 그 집이다.

    모서리를 꺾어 남성동 파출소 올라가는 첫번째 집이

    가계를 하던 재철이(국민학교 1년 선배) 집이었고,

    그 조금 위로 가면 목욕탕인 '남성탕'이 있었다.

    우리 집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경사가 있는 골목이 나온다.

    그 초입에 넓은 대문의 큰 기와집이 있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 '玉부자집'이라고 불렀던 집이다.

     

    그 집을 다시 한번 생각케하는 사람을 만났다.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남성동 113번지'가 나왔다.

    시기적으로 달랐지만 서로의 옛집 주소가 똑 같은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1954년부터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1964년까지 살았다.

    어제 만난 사람은 성호국민학교 3학년 때인 1964년, 아버지가

    그 집 일대를 사서 병원을 짓고 1977년까지 살다 세를 줬고,

    이후 1988년 모 증권회사에 팔았다. 지금 그 집 일대는

    그 증권회사 건물이 들어서 있다.

    가만 생각해보니 전율이 느껴졌다. 이런 인연이 있나. 

    우리 살던 집에 그 사람이 들어와 산 게 아닌가.

    그리고 사실이 하나 확인됐다.

    우리가 그 때 살던 그 집이 우리 집이 아니라 세들어 살던 집이었던 것.

    어제 만난 그 분의 아버지는 '玉부자'로 불리면서 각종 선행으로 숭앙을 받았던

    옥 기환 선생으로부터 그 집과 일대를 사들였는데, 말하자면 당시 그 곳의

    주인은 옥 기환 선생이었기 때문이다.

     

    그 집에 얽힌 인연으로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역시 고향후배인데, 작년 초 어느 자리에서 얘기를 하다가 알게된 사실이다.

    그 사람은 어제 만난 분의 여고 7-8년 쯤 후배인데,

    남성동 113번지, 바로 그 집에 살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제 만난 사람의 7-8년 후배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시기적으로

    1977년 경부터 1988년 무렵까지 그 곳에서 산 것인데,

    세를 놓았던 그 시기와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 후배도 그 집에 세를 들어 살았던 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성동 113번지라는 곳이

    어떤 특정한 집을 가리킨 곳은 아닌 것 같다.

    땅도 있고 집도 있는 넓은 지번이었던 것 같다.

    지금 증권회사 그 건물도 지번이 아마 남성동 113번지 일 것이다.

    '옥부자'는 남성동 일대에 많은 땅과 가옥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 곳에 적잖은 호구가 세를 들어 살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남성동 파출소로 꺽어지는 첫 집, 재철이 집도 그랬을 것이고,

    그 바로 위에 있던 미장원집도 그랬을 것이다.

     

    나에게 남성동 113번지,

    그 옛 집과 그 일대는 유년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그 곳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질 줄 몰랐다.

    아, 그리운 남성동 113번지. 

    마산이 사라져 버려서인가,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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