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한다.
지금은 예전보단 못하다.
개봉관에서 보는 영화는 근자엔 드물다.
대신 테입이나 DVD로 많이 본다.
지난 해,
큰 아이가 텔리비전을 큰 것으로 바꿔주면서
새삼 영화보기가 더 즐거워졌다.
큰 화면에 HD로 보니까 영화관에서 보는 기분이다.
테입 등은 좀 갖고 있었다.
좀 오래된 것이 대분분이다.
스필버그의 '클로우즈 인카운터''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과
'일 포스티노''파고(Fargo)' 등 구하기 힘든 테입들도 그 중의 하나다.
DVD도 꽤 오래 된 것들이 많다.
셀지오 레오네의 마피아 영화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역시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는 보관용으로 제작된 것이라
좀 아껴가며 가끔씩 보고 있는데, 대 여섯번 씩 이상은 봤을 것이다.
마리아 칼라스의 일생을 다룬 넌픽션 DVD도 마음이 좀 울적할 때면 보곤 한다.
그러고보니 갖고있는 영화들 중 신작이나 근래의 것은 없다.
모두 옛 영화들이다.
영화 취향도 나이를 따라 가는지, 나이를 먹으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요즘 영화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가끔 유선방송으로도 접한다.
그러나 왜 그럴까. 재미가 없다. 떠들썩한 광고에 꾀여 유료로도 몇 번 봤는데,
도중에서 꺼버린 게 한 두어 편이 아니다.
남들 다들 재미있다는 '해리포터' 시리즈도 보는 도중에 잠이 와 보다가 그만 뒀다.
그에 비해 옛 영화들은 재미있게 본다.
옛 영화들이라도 처음 보는 것은 드물다. 대부분 본 영화들이다.
갖고 있는 옛 영화들도 대부분 몇 번씩 본 것들을 다시 구해놓은 것들이다.
왜 옛 영화들을 좋아하고 집착하는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우선 영화 내용이 깊이가 있다. 다루는 주제가 무거운 것이 아니더라도
느껴지는 것에 무게가 있다는 것이다.
뭐랄까, 스탭이나 배우들의 정성과 노력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요즘 나온 영화들은 현란하다.
장비가 좋고 블록버스트 형식을 취하는 게 대부분이니까 시각적으로만 요란하다.
대신 내용은 빈 깡통같은 느낌만 준다.
고리타분한 얘기지만, '추억'이란 요소도 옛 영화를 즐겨보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영화가 만들어지던 시기,
나도 그 시기를 함께 한 동시대인으로서 여러 추억에 침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휴 중에 교보문고를 찾았다.
마음 먹었던 영화를 사기 위한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 영화를 벌써부터 벼르고 있었다.
로버트 드 니로와 조 페시가 나오는
'좋은 친구들(GoodFellas)', 그리고 '카지노(Casino).'
여러 번 검색을 한 후에 찾을 수 있었다.
2차대전 당시 독일군가 연합군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 잡았던
노래 '릴리 마를렌'을 다룬 '릴리 마를렌(Lili Marlene)'은 우연히 발견한 영화다.
그리고 음울한 분위기와 숀 펜, 케빈 베이컨 등의 배역에 반해 몇 번씩 본
'미스틱 리버(Mistic River'와 나찌 독일치하 한 피아니스트의 처절한 생존기를 담은
'피아니스트(Pianist)도 샀다.
하나 더. 나의 블로거에도 다뤘던 '바베트의 만찬'도 눈에 띄길래 얼른 주워 담았다.
그러나 못 구한 게 있다.
갖고있는 '파고(Fargo'는 테입이다.
DVD로 만들어진 이 것을 구하려했는데, 오래 전에 품절돼 없었다.
'일 포스티노'도 마찬가지고 '뮤직 박스' 그랬다.
광화문 지하도서 교보문고 들어가는 입구에 DVD를 파는 좌판이 있다.
거기서 물어봐도 없었다.
'일 포스티노'가 한 개 있긴 한데, 가격이 생각보다 엄청 비쌌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구상 중이다. 테입을 DVD로 어떻게 구울 수가 없을까 하는 것.
요즘 기술이 좋으니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회현동 지하에 그렇게 제작해주는 곳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
언제 나가는 길에 한번 들러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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