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북한산엔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구파발 쪽에서 오른 이말산 숲길엔 소슬바람이 불고있었고,
일로 삼천사와 삼천사계곡을 지나 부황사 암문까지의 산길을 걸으면서
모두 가을날씨라고들 이구동성으로 읊조리고 있었다.
암문 아래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는 슬랩에 걸터앉아 바라다 보면서 문득 느껴지는 하나의 모티브.
북한산이 왜 명산인가를 새삼 실감시켜주는 그것이다.
상명대 쪽에서 올라 익숙해진 사모바위를 부황사 암문 쪽에서 바라다보니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러니까 정면이 아닌 측면으로 푸른 하늘아래 멀리 아스라하게
들어오는 모습이 손에 만져질 듯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생각 같아서는 그 길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마저 느끼게 했고,
그래서 우리들은 한참을 거기서 앉아 있었다.
어제 북한산 산행은 고등학교 동문들끼리 결성된 '무학산악회'에서 진행한 것이다.
코로나로 2년여 간 산을 가지 못하다 신임 회장 선출을 계기로
이 날을 택해 북한산을 오른 것이다.
30여 명의 선. 후배, 동기들끼리 각각씩 무리지어 아기자기하게들 올랐다.
부황사 터를 지나 산성 입구까지 꽤 긴 산행이었다.
항상 그랬듯 뒤풀이는 질펀했다.
산성 단지 안에 있는 '들꽃'이라는 식당은 북한산에 맞춤한 듯 그 위치가 사뭇 좋았다.
이를테면 2층에들 앉아 마시는데, 의상봉이 바로 앞에서 바라보고 있었고,
우리들은 내내 의상봉을 바라다보면서 술잔을 주고받았다.
그러면서들 취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