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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면 생각나는 '용치(龍齒)'misce. 2022. 6. 24. 14:19
'용치(龍齒)'라는 게 있다.
한문 그대로 용의 이빨, 영어로는 dragon teeth다.
6월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달이라,
유달리 전쟁이 많이 생각나는 달이기도 하다.
전쟁은 직접 못 겪어봤고 또 못 봤기 때문에,
나의 전쟁에 관한 기억은 영화 속의 전쟁이다.
개인적으로 전쟁영화 중에 가장 기억나는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다.
열 번 이상은 본 것같다.첫 장면이 압권이다. 오마하 해변에서의 상륙작전,
바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첫날, 즉 D-day 장면이다.
내리 쏟아지는 총탄과 포화 속에 해변과 바다는,
말 그대로 血海屍邊이 된다.
쏟아지는 총탄과 포탄 속의 피비릿내 나는 전장,
그리고 아귀다툼의 비명과 신음.
지옥이 따로 없다.이 상륙전 장면에서 시선을 끄는 물체가 있다.
해변 곳곳에 설치된 시커먼 삼각지주형의 설치물들이다.
얼른 봐도 그게 무엇인지 짐작은 간다.
상륙하는 함정을 저지하고자 설치해 놓은 장애물이라는 것을.그 것때문이었을 것이다. 상륙정이 해변 깊숙히 닿지 못한 채,
병사들이 엉거주춤 바닷물로 뛰어 내리면서
바로 총탄에 맞아 죽어나가는것이.
이 설치물이 바로 용 아가리 속의 흉칙한 이빨을 뜻하는 '용치'다.
용의 이빨이 있는 아가리로 들어올 자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아마도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 것이다.
이름을 알고 다시 영화장면을 돌이켜보니 새삼 전율이 느껴진다.
용의 아가리로 들어가는 병사들의 모습은
곧 죽음의 행렬일 것인데. 그렇게들 속수무책으로
들어가는 병사들의 심정들이 어땠을까 하는.(오마하 해변에 조성해 놓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물의 한 부분인 '용치')우리의 서해 북단 백령도에도 용치가 있다.
1992년 여름 이 무렵 백령도엘 가 용치를 봤다.
백령도의 용치는 오마하 해변의 그것과는 다른 형체였다.
그러니까 용치는 포괄적으로 그 형체가 여러가지다.
정사각형에서부터 피라미드 또는 삼각지주형까지 각양각색이다.그 때 지하시설을 포함해 여러 군시설을 둘러봤는데,
용치에 대해 "콘크리트 밑밭침에 쇠막대를 60-70도 경사로 꽂아,
적군함이 접안하지 못하게 해 아군이 응사할 시간을 벌어주는
침투방지시설"이라는 설명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때 그 용치가 아직도 백령도에 있는지 궁금하다.
문재인 정권 때 굴욕적인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군사시설 철거 조치로 사라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mis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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