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오승근이 8년 전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아내 김자옥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영상기술의 발달이라지만, 막상 이런 극적인 순간을 화면에서나마 직접 대하니 놀랍기도 하거니와
한편으로 좀 잔인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들이야 그냥 즐기는 입장에서 보는 것이지만,
아내 김자옥을 끔찍히도 사랑했던 오승근 당사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김자옥 아바타라고는 하지만
그 심정이 어떻했을까 하는 것인데, 대략 짐작이 가기는 한다.
‘빗속을 둘이서’라는 노래를 둘이서 듀엣으로 불렀는데, 목소리도 잘 어울렸고, 화음이나 앙상블 처리도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노래가 긴 여운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막상 아, 저게 아닌데 하는 현실과 마주할 때 느껴지는 막연한 슬픔.
오승근의 인상이 아주 복합적이다. 슬프면서도 기쁘기도 한 그런 모습이랄까.
문득 옛날의 오승근이 생각난다. 1970년 대학 입학을 하고 처음 사귄 서울친구의 절친한 친구가
그의 휘문고 동기인 오승근이었다. 그 해 4월인가, 그 친구가 명동 구경시켜준다며 나를 이끌었다.
카이자호프인가 하는 생맥주집에서 간단하게 한 잔을 하고는 나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코스모스’인가 하는 살롱이었는데, ‘초원의 빛’인가 하는 노래로 히파이브인가 히식스인가가
한창 인기를 끌고있을 때였고, 그 그룹사운드가 출연하고 있었다.
그 살롱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친구가 누구를 데려와 인사를 시킨다.
바로 오승근이었다. 그때 오승근이 거기서 무엇을 하고있었는 줄은 모르겠고,
아무튼 좀 앉았다가 노래할 시간이 됐다면서 자리를 떴고,
조금 있다 오승근이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걸 봤다.
에블리 브라더스(Everly Brothers)의 렛 잇 비 미(Let It Be Me)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의 대학동기 조태흥 그 친구는 재작년에 세상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