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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매 단풍들것네'
    村 學 究 2022. 9. 29. 14:25

    옛날에 쓴 글에 이런 게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제목이 '오~매 단풍들것네'이니 문화관련 글이라 생각들 하시겠지만,

    정치부장 시절 쓴 거니까 정치 칼럼이다.

    그 때를 돌이켜보면 왜 이런 글을 썼나 하는 기억이 난다.

    그 때, 그러니까 1997년 가을은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이었다.

    쓸 꺼리도 마땅찮은데 글 쓸 순번은 돌아오고,

    그래서 어쩌다 가을이고 해서 영랑의 시를 소재로 쓴 것 같다.

    후줄근한 낙엽같은 낡은 정치를 가을바람으로 쓸어냈으면 하는 민초의 바람을 나타내려 한 것같은데,

    지금 읽어보니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이 칼럼 나가고 편집국 내에서도 언짢은 반응들이 많았다.

    무슨 정치부장이라는 사람이 문화부 기자같은 글을 쓰고 운운으로.

    얼마 전에 만난 사우 한 양반도 반 술에 취해 그런 말을 하길래 무슨 뜻인지 몰랐다.

    이 글을 새삼 보니 그 양반이 이 글을 빌미로 시비(?)를 걸었구나 하고 이해가 된다.
    이 글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게 끝나고 있다.

    "이 청명한 가을, 그리고 정치의 계절에 생각나는 시 하나.

    영랑이 감칠 맛 나는 남도사투리로 가을의 정한을 노래한 시다.

    "오~매 단풍 들것네/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듯이 치어다보며/오~메 단풍 들것네..."

    청명한 가을날 바람에 날리는 감잎이 서서이 물들어 가는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이 시 어디를 훑어봐도 정치와는 무관하다. 풍경이나 냄새도 맡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시에서 정치적인 의미를 느끼는 것이다.

    한 번 얘기해보자. 단풍이라는 게 무엇인가.

    낙엽수들이 겨울이 다가옴을 민감하게 느끼며 자신들의 잎을 떨어뜨려

    겨우살이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잎의 변화가 단풍이다.

    이 잎들이 노랗고 발갛게 물들어 가을바람에 흩날려 떨어진 것이 낙엽이고.

    단풍과 낙엽, 가을바람, 이 삼각관계가 상관하는 개념으로 이 시를 음미해 보면

    이 낭만적인 가을 시 또한 정치의 계절인 이즈음에 어울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슬한 가을바람, 그것이 낡은 정치를 낙엽처럼 한 바탕 거둬갔으면 하는

    민초들의 바람으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지나친 비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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