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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흘 간의 술
    村 學 究 2022. 9. 30. 18:32

    사흘을 연이어 술을 마셨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 그러지는 않았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계기없이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친구가 얼마 간의 한국 체류를 끝내고
    10월 초 중국으로 돌아간다.
    그게 말하자면 '껀수'가 된 것이다.
    얼마 간 보지못할 것이니,
    가기 전에 날을 잡아 한 잔들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한 친구가 그런 의향의 글을 단톡방에 올렸다.
    그런데 이유는 알 수 없으되 좀 시큰둥한 반응들이었다.
    만나자는 장소가 강남의 양재동이어서,
    대개들 경기도 사는 친구들 처지로 불편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 틈을 내가 끼어들었다.
    양재동에서 하지말고 강북 쪽 그러니까 지하철 3호선 연신내 역에서
    만나자는 글을 올렸다. 만나는 방식도 몇날 씩 뜸을 들이기보다
    '벙개' 식으로 하자며, 글 올리는 그 다음 날 오후로 시간을 잡아올렸다.
    그랬더니 중국가는 친구로부터, 그 날은 약속 때문에 곤란하니,
    그 다음 날 아니면 다다음 날로 하자고 했다.
    나는 가타부타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건 곧 그 친구 의사를 수용하자는 것이니, 다다음 날로 정해졌다.
    그래서 나로서는 '벙개' 모임의 날이 비게됐다.
    그것을 본 여의도 친구가 그날 저녁답에 연락이 왔다.
    연신내 '벙개'가 연기됐으니, 여의도 '벙개'로 하자는 것.
    그래서 그날 저녁 여의도에서 한 잔했다.

    그 다음 날은 다른 한 친구가 연락을 해왔다.
    병원진료 때문에 연신내 '벙개' 참석이 어렵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오늘 한 잔하는 게 어떻냐는 것.
    전날 마신 술로 몸은 좀 무겁고 고달팠으나 친구의 제의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날 논현동 쪽에서 또 마셨다.

     
     

    그리고 '벙개' 약속 날인 수요일, 연신내 역 인근의 연서시장에서 만났다.
    단촐했다. 중국가는 친구가 먼저 나와 둘이서 시장 포장마차에서 마시고 있을 때
    한 친구가 왔고, 이어 다른 친구가 합류했다.
    많이 마셨다. 연서시장 포장집들은 안주가 푸짐하다. 그리고 싸다.
    가오리 찜, 돼지고기 수육, 전, 김밥 등을 안주삼아 먹었는데도
    소주 6병을 포함해 5만원 정도의 계산이 나왔다.
    2차는 하지않기로 사전에 약조를 했다. 하지만 깨졌다.
    1차 계산을 중국가는 친구가 서둘러 먼저 했기 때문이다.
    2차에서 또 소주 몇병을 마셨다.
    그리고 헤어졌다. 그러나 나는 결국 옛 버릇이 도졌다. 
    연서동시장을 헤매고 다니면서 혼자서 술을 더 마셨다.

     

     

    연 사흘에 걸쳐 술을 마셨으니 내심 걱정이 됐다.
    그 후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상하다. 어제 새벽 잠자리에서 눈을 떴을 때 몸이 좀 무거웠다.
    하지만 발딱 일어나 움직였더니 그런대로 말짱해졌다.
    예전의 그 느낌이 들었다.
    술을 몇 날을 마신다. 첫 날은 좀 고달프다. 
    그런데 그 다음 날부터는 별 이상을 못 느낀다. 
    과장을 좀 보탠다면 마시면 마실 수록 몸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지면서 오히려 더 세진다고나 할까.

    이런 경우를 용불용설에 연결시키는 호기를 부려본 적도 있다. 
    아무튼 술을 많이 마신 건 이런 과신 아닌 과신이 작용한 탓도 있다.

    어제 하루는 애시당초 조신하게 보낼 작정이었으니 그렇게 보냈다.
    저녁답에 마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마산의 고교동기 모임을 하고있다면서 걸어 온 전화다.
    동기친구들은 술을 마시면서 떠들썩하게 노래들을 부르고 있었다.
    거기가 서울이었으면, 나는 아마 얼씨구나하며 달려가 친구들과 합류했을 것이다.

    반세기를 넘기고 있는 술과의 정말 이 끈질긴 인연을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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