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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학, 古朝鮮, 尹내현 교수
    컬 렉 션 2019. 3. 4. 07:26

    역사학을 공부하리라 마음 먹은 적이 두 차례 있었다. 국민학교 다닐 적에 암기력이 좀 있었던지, 외우는 걸 잘 하는 걸 보고 2학년 때 담임 배효문 선생이 칭찬삼아 앞으로 역사를 공부해봐라 하셨을 때 좀 우쭐해진 기분으로 그런 마음을 가졌었다. 하지만 그걸 그리 오래 간직하지는 못했다.

    또 한번은 분명한 기억으로 1985년이다. 당시 고대 문헌과 유물을 토대로 한 진정한 의미의 실증사학의 불을 지핀 윤내현(尹乃鉉) 교수에게 받은 영향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다. 그 해 윤 교수 이 분이 우리 고대사와 관련해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나섰다. 고조선의 강역(疆域)에 관한 것인데, 고조선 땅이 지금의 중국 북경 인근인 난하(河) 유역에까지 이르는 것으로, 중국의 고대 문헌과 하버드 엔칭연구소에서 공부할 때 연구한 고대 갑골문자 등의 유물을 바탕으로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윤 교수는 이를 그 때 조선일보에 연재했다. 꽤 오랫동안 연재를 했는데, 나는 그것을 일일이 스크랩해 열독하면서, 늦은 나이지만 역사학을 공부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 또한 생각으로만 그쳤다.

    현실적인 문제가 좀 있었다. 하는 일과 관련되는 통역대학원 진학 문제였는데, 그 기로에서 결국은 이도 저도 못한 결과만 남겼다. 윤 교수가 당시 펴낸 '한국고대사신론'과 '사기(史記)' '한서지리지(漢書理志)' 등 관련 서적을 밑줄까지 쳐가며 읽던 기억 속에서 당시의 고민의 흔적이 그 한켠에서 묻어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역사학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게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즈음 우리나라 사학계의 이전투구 양상을 보면서 나 또한 역사학을 전공했다면 지금 나의 처지가 어땠을까하는 것에 비춰보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강단학파니 실증학파니 재야학파니 이병도 사단이니 유사역사파니 민족학파니 하는, 찢어질대로 찢어진 우리나라 역사학계의 어느 파벌 한 군데에서 어정쩡거리고 있을 나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것과 그래도 아직 역사학에 미련을 갖고있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아직도 나는 역사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윤내현 교수를 다시 만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해 고대 문헌을 통한 사실(史實) 연구에 우리 사학계에서 윤 교수만한 분은 없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윤 교수의 '고조선 연구'를 보고 있는데, 34년 전 읽었던 '한국고대사신론'의 후속작같은 느낌이 든다. 34년 전 고조선에 관해 그 당시 만해도 벼락같은 새로운 사실을 들고나온 윤 교수지만, 그 연구와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에 부족한 감이 적잖게 있었다. 이 점을 인정하면서 윤 교수가 더 가열찬 연구와 자료를 보강해 자신의 고조선 연구를 집대성 해 펴낸 게 1, 2편으로 된 두 권의 '고조선 연구'다. 출간연도를 보니 2015년이다.

    2013년인가, 교수신문에 몸 담고 있을 적에 우리 고대사와 관련한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편집회의에서 약간의 충돌이 있었다. 고대사 인식에 관해 우리 사학계가 분열돼 있는 상황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물론 윤 교수 주장 쪽에 섰다. 어느 정도 절충안이 마련돼 작업에 들어갔다. 윤 교수 인터뷰를 내가 하기로 했다. 그러나 윤 교수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교수 님이 와병 중이라는 전갈을 받았는데, 병세가 안 좋다는 것이었다. 결국 인터뷰는 다른 분으로 교체됐고, 나 대신 다른 기자가 맡았다. '고조선 연구' 출간연도가 2015년인 걸 보니 좀 아쉽다. 그 당시 교수 님은 와병 중에서도 집필에 전념하고 있었던 게 된다. 좀 무리를 해서라도 그 때 교수 님을 찾아 뵙고 인사라도 드렸어야 했다. 교수 님의 역저를 대하면서 문득 그 때를 떠 올리니 아쉽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 교수 님을 대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나가야 겠다.

    아직도 고조선에 관해서는 여러 주장들이 난무한다. 평생을 고조선 연구에 바친 윤 교수의 고조선에 관한 결론은 이렇다. BC 20세기도 훨씬 전 한반도 토착민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체와 요동. 요서를 포함한 만주 전 지역에 걸쳐 세워진, 한반도 최초의 지방분권적 형태의 강력한 국가라는 것이다. 고조선의 강역에 관해서는 전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다.

    "한반도를 중심 축으로 서쪽으로는 중국의 난하, 북쪽은 만주를 거쳐 아르군 江까지, 동북쪽은 흑룡강(때에 따라서는 연해주까지), 그리고 남쪽은 한반도 남부 해안지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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