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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淸땅 南沙리 예담촌의 700년 된 '元正梅'컬 렉 션 2011. 4. 4. 16:30
봄날,
지리산의 고장인 산청 땅은 매화 향으로 가득하다.
어딜가나 매화가 지천으로 피었다.
매화의 고장인 산청에서도 특히 자부심으로 가득한 매화가 있다.
이른바 '산청 삼매(山淸 三梅)'다.
옛 가람인 단속사(斷俗寺)터의 '정당매(政黨梅),
남명(南冥) 조 식(曺植) 선생이 수식한 '남명매(南冥梅),
그리고 원정공(元正公) 하 즙(河 楫) 선생이 수식한 '원정매(元正梅)가 그 것이다.
(남사리 예담촌 '분양고가'의 꽃을 피운 '원정매'. 원정공 하 즙 선생이 심은, 수령 700년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매화나무다)
이 가운데 제일 오래 된 것이 '원정매'다.
산청군 남사리(南沙里) 예담촌에 있는 700년 된 원정공 고택에 있는 매화로,
고려말 경주부윤 등을 지낸 하 즙 선생이 자신의 생가인 이 곳에 직접 심어 길렀다는 매화나무다.
'원정매'는 이 집의 역사와 함께 하는 것이니 수령으로 치면 700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매화나무다. 참고로 '정당매'는 600여년, '남명매'는 450여년의 수령이다.
원정공은 학문이 높고 도덕심을 바탕으로 한 행실이 발라 칭송이 높았다고 전해진다.
그의 호 원정(元正)이 이를 대변하는바,
義를 행아여 백성을 기쁘게 함이 元이요, 정의로써 남을 복종케 함이 正이라는 뜻이다.
'원정매'는 아쉽게도 7년 전 고사했다. 여느 해보다 차갑고 서늘한 그 해 봄, 꽃을 피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본목(本木)에서 돋아난 뿌리 하나에서 다시 꽃을 피우고 있고,
곁에 떨어진 씨앗이 발아돼 자란 나무에서도 매화를 피우고 있다.
('원정매' 앞에 세워진 하 즙 선생의 '영매시' 비)
원정공 하 즙 선생은 봄날, 화사한 꽃을 피운 매화나무를 바라보며 글을 읽곤 했다.
그러면서 남긴 글이 지금 껏 전해진다.
이름하여 '원정공 영매시(詠梅詩)'다.
집 양지 일찍 심은 한 그루 매화
찬 겨울 꽃망울 나를 위해 열었네.
밝은 창에 향 피우며 글을 읽고 앉았으니
한 점 티끌로 오는 것이 없어라.
원정공의 매화 사랑에 대한 심회의 자락이 묻어난다.
원정공이 살았던 이 고택의 뒷뜰에는 그의 손자가 심은 오래된 감나무가 있다.
아직도 살아 꽃과 열매를 피우는 이 감나무의 수령도 600년이 넘었다.
(하 즙 선생의 손자가 심은 600년이 넘은 감나무)
원정공의 이 오래 된 집은 동학난 때 불에 탔다.
이를 그의 31대 손인 河 澈이 새로 집을 지어 '분양고가(汾陽古家)'라 이름 지었다.
이 집 본채 마루 한 가운데에는 이 집이 원정공의 옛 집이라는 뜻의 '원정구려(元正舊廬)'라는 붉은 글씨의 현판이 걸려있다.
석파 대원군이 쓴 글이다.
대원군이 언젠가 이 집에 와서 하루를 묵으며 써 준 글이라는데,
정본은 보관 중이며 현재 걸려있는 액자는 사본이다.
이 집은 아직도 하 즙 선생의 후손이 살고 있는 '생활 집'이다.
(이 집이 원정공의 옛집이라는 뜻의 대원군이 쓴 '원정구려'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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