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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다 보면
    세상사는 이야기 2019. 3. 17. 09:54

    고인이 된 친구 빈소에서 만난 한 후배. 서로가 웬지 어색하다. 이유는 술을 마시지 않아서다. 거진 반세기를 알고 지내오면서 이런 경우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몇 번 그런 얘기가 오간다. "형, 우리 이래도 됩니꺼, 술도 없이." 달리 해 줄 말이 없다. 물론 몸 핑계를 댈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도식적이다. 결국 이런 말을 했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 것 아이가." 


    병원에서 나와 같은 방향이라 전철을 함께 탔다. 나는 이촌동에서 경의선으로 갈아타면 된다. 4-50분을 얘기를 나누면서 간다. 후배가 또 그런다. "형, 우리 이리 만나 술도 한 잔 안 하고 헤어지는기 말이 됩니꺼." 내 대답은 역시 또 '살다보면'이다. 사당에서 이촌동으로 가는 도중 후배가 또 또 그런다. "형, 총신대 역 부근에 청국장 잘 하는 집이 있는데, 밥이라도..." 역시 나는 '살다보면'이라는 말로 후배의 제의를 '묵살(?)'했다. 그리고 조신하게 집으로 들어왔다. 빈소의 친구 영정 앞에서도 그랬을 것이다. "살다보이, 주흥이 니가 먼저 죽어 내가 니 영정 앞에서 이렇게 슬퍼할 날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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