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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밤에도 잠을 설쳤다. 벌써 몇 날째인지 모르겠다. 아내가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 게 일주일 전이니 대략 그 기간 동안은 그랬다. 아내가 해외여행을 간다고 해도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 아내는 일을 하고 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일로서 아내가 핑계거리를 대면 할 말이 없다. 이번 여행도 당연히 핑계거리가 있었다. 아내가 집에 없는 동안 나는 속앓이를 한다. 아내에게 혹시 무슨 좋지않은 일이 생겨서일까다. 아내는 그런 나를 보고 걱정도 팔자라고 한다.
"관광회사 이름이 뭐지?"
"응, 이름이 좋아 굿 투어리즘."
"굿 투어리즘. 무슨 관광회사 이름이 그래?
"이름이 좋지않아? 우리 말로 하면 좋은 관광이라는 뜻이니..."
굿 투어리즘이라, 굿 투어리즘이라. 관광회사 이름치고는 좀 상투적이지만 좋다고 생각했다.
전날 설친 잠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푸른 강이었다. 귀에 아주 익은 음악이 가물거렸다. 꿈일지언정 아, 그 음악에 나오는 그 강이라고 느꼈다. 넘실거리는 푸른 파도에 멋진 유람선이 보였다. 거기에 아내가 있었다. 아내는 불어오는 강바람에 마주서 두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내의 얼굴에 활기와 기쁨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아내가 푸른 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즐거워하는 꿈은 나를 안도케했다. 오늘 하루는 카톡 메시지에 그렇게 목매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날 오후 사고소식을 들었다. 굿 투어리즘의 관광객이 헝가리 다뉴브 강 유람선을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몇 명이 죽고 십 수명이 실종이라고 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구조대를 헝가리까지 급파하라고 하는 뉴스가 매 시간 나왔다.
머리가 깜깜해졌다. 아내가 유람선에서 두 손을 활짝 들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팔랑거렸다. 꿈은 현실과 반대라고 했는데, 간 밤에 꾼 그 꿈은 분명 흉몽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내는 사고가 난 다뉴브 강의 그 유람선을 분명 타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다가오는 불안감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안절부절하는 와중에 별 불길한 생각이 머리에 꽉 차 오르고 있었다. 어떻게든 연락을 취해야지. 나는 시차를 불문하고 우선 스마트폰으로나마 아내에게 연락을 취하려 했다. 스마트폰을 켰을 때 전화기 화면 카톡 창에 '1'이라는 숫자가 떴다. 아내가 보낸 메시지였다. 일단 좋은 징조렸다. 메시지는 사진 한 장이었다. 아내가 눈이 쌓인 설산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있는 모습이었다. 아내는 꿈 속에서의 그 모습으로 활짝 웃고 있었다. 나는 퍼떡 그곳이 융프라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다뉴브 강에도 있었고 융프라우 산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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