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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로소 老人, 비로소 할배
    村 學 究 2019. 6. 9. 20:00

    저-기 앞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어린 여식애와 함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다. 손녀 같으다. 아이는 아주머니가 잡은 손을 자꾸 빼려한다. 그러다 이내 아주머니 손을 뿌리치고 앞서 치달으려 한다. 아주머니가 그 때 나를 보았다. 목례의 눈빛이다. 같은 동네 사시는 분 같지만, 나로서는 안면이 없다.

    아주머니는 퍼뜩 나를 보고는 아이의 손을 잡으려 한다. "얘야, 그러면 못 써. 할아버지 앞에서 그러면 못 써" 한다. 할아버지라는 말이 좀 생경하게 들렸다. 아주머니는 그러면서 손녀에게 또 한 마디 한다. "얘야, 할아버지에게 인사 드려야지. 공손하게..."

    나는 내가 중인환시리에 공개적으로 불리어지는 그런 할아버지인 줄은 미쳐 몰랐다. 물론 70줄 문턱에 있는 나이이니 늙었구나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또 그런 관점에서 남들이 중늙은이 정도는 보겠지하고 여기고는 있었다. 이는 나의 나이도 그렇고 또 그에 따라 체득하고 느낀 바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막상 잘 모르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호칭 비슷하게 할아버지라고 불린 적은 처음이다.

    할아버지, 아니 노인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그 자연스러움에 나의 느낌도 가세할 때 완전한 할아버지고 노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에 의해 또 갖다 떠 안겨지 듯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비로소 빼도 박도 못하는 노인이요 할배가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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