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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어감은 不知不識間인가
    村 學 究 2019. 6. 25. 06:35

    전철을 타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경로석 쪽으로 들어섰다. 보기에 할머니 같은 분이 일어서려는 시늉을 하면서 나더러 앉으라고 권한다. 당황스럽다. 언뜻 보아 나보다 연세가 더 들어보이는 할머니가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려는 것이니 그렇지 않겠는가. 순간적으로 내 행동이 좀 강했는가 보다. 손사래를 치면서 그건 경우가 아니다라는 것을 강조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데, 그 할머니는 그런 나를 보시면서 말씀까지 보탠다. 나는 몇 정거장가면 내릴 터이니 어여 여기 앉으시오.

    할머니 말씀이 좀 컸다. 주변의 시선이 몰렸다. 졸지에 나는 그 할머니 연배 쯤의 노인이 되고 있었다. 나는 손사래질과 함께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라고 했다. 내 말 속에는 아직 그런 양보를 받을 나이와 처지가 아니라는 내 나름의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 할머니는 나의 그런 언행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는 할머니 자리에서 좀 떨어진 문가에 기대 섰다. 그것으로 그 상황은 마무리됐다. 나는 좀 겸연쩍게 자세를 고쳐잡고 전철 안을 둘러 보았다.

    군인들이 몇 명 타고 있었다. 나하고는 좀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 앉아가는 군인 하나가 어쩌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군인은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손짓을 한다. 여기에 앉으라는 표시의 손짓이다. 그 군인에게도 내가 서서 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노인으로 보였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그 할머니와 주고받은 실랑이를 지켜봤기 때문이었나 보다. 나는 또 손사래를 쳤다. 괜찮다. 괜찮다. 그 군인은 그런 나를 보고는 미안하고 겸연쩍스런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할머니는 내가 내릴 역에 도착할 때까지도 내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할머니는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보였길래 그 할머니는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려 했을까. 그리고 그 군인을 포함해 주변들이 그런 시선을 보낸 것도 분명 내가 그런 정도로 보호받아야 할 처지로 보였기에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환승 역에 도착해 걸어 나오면서 거울에 비친 나를 보았다. 백발의 머리에 구부정한 허리와 구부정한 걸음거리, 그리고 후줄근한 옷차람. 며칠 잠을 못 잔 듯한 궹한 눈과 부어오른 얼굴. 누가 보더라도 나는 뒷방 걸뱅이 노인의 모습이었다. 나도 모르게 不知不識間에 늙어 있었다. 오늘 나는 그런 나의 모습을 비로소 보았다. 그건 분명 60 끄트머리, 70 문턱 중늙은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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