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어떤 訃音
    obituary 2019. 8. 18. 22:09
    홀연히 세상을 뜨는 주변 지인들이 적지 않다. 예고된 죽음도 가슴이 저리고 아픈데, 어느 날 느닷없이 세상을 등진 면면의 소식을 접할 땐 황망하기 짝이 없다. 어제 그런 부고를 하나 받았다. 좀 특이한 부음이다. 고인의 자식이 카톡 메시지로 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 아들은 그렇게 된 경위를 밝히고 있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어디에 부고를 전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데, 마침 스마트폰에 저장된 전화번호가 떠 올랐다. 그래서 그것을 보고 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인의 전화번호부에 내가 등재돼 있었던 모양인데, 그러고보니 고인과 40여년 만에 만났던 날이 기억난다. 
    고인과 나는 마산의 한 신문사 견습동기로 1977년 1월인가 만났다. 한 6개월 견습을 하다 나는 어떤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서울로 올라오고, 고인은 그 신문사에 남았다. 말하자면 그 때 헤어진 것이다. 고인은 그 후 부산의 한 신문사로 자리를 옮겨 정년까지 한 것으로 듣고 있었다. 그 동안 만나지는 못했어도 하던 일이 서로 동업적인 것이라 소식은 알고 있던 것이다. 
    마산 남성동에서 찻집을 운영하는 여자 주인분을 알고 있다. 어릴 적 남성동 우리 집 맞은 편에 있는 찻집이라 몇 번 드나들면서 알게 된 분이다. 작년 11월 그 분으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손님 한 분이 나를 안다면서 전화를 바꿔주는 것이다. 아마도 서로 대화 중에 내 이야기가 나왔던 모양이다. 전화를 받고보니 바로 고인이 된 그 친구였다. 반갑기도 하고 그렇게 통화가 이뤄진 게 신기하기도 했다. 
    그 얼마 후 마산에 내려가 고인을 만났다. 마산에서 창간을 준비 중인 한 신생 신문사 일을 돕고 있다고 했다. 만난 그 날 선창가에 횟감을 떠다 신문사 그 친구 방에서 회포어린 술잔을 나누었다. 그러다 어제 갑자기 별세했다는 소식을 받은 것이다. 
    부고를 보낸 그 아들은 내가 기억한다. 1977년 7월쯤 태어났을 것이다. 내가 그걸 기억하는 것은 내 아버지가 그 때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마산으로 급거 내려갔는데, 그 때 내가 그날 밤 전화를 해 고인을 만난 것이다. 아버지를 병원에 눕혀놓고도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담당 의사로부터 들어 여유가 좀 생겼기 때문이다. 고인을 그 때 만난 것은 아버지 상태와 관련해 아마 위로의 말을 듣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 날 밤, 고인을 만나  막걸리도 같이 한 잔했을 것인데, 기억은 분명치 않다. 그러나 그 말은 또렷이 기억난다. 아들을 낳았다. 이름을 갑일이라고 지었다. 나에게 부고를 보낸 아들의 이름은 그 때 고인이 알려준 그대로 갑일, 임갑일이었다. 
    고인의 부고를 받고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여러 갈래로 피어 오른다. 고인에 대한 생각과 추억도 그렇고 아버지 돌아가신 그 날 밤도 새삼 떠 올려진다. 아버지는 고인을 만난 날 밤 자정을 좀 넘겨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돌아가셨다. 
    그에 더해 고인의 아들 갑일이가 좀 특이하게 카톡으로 부고를 보내는 것으로 미루어 지 아비를 쏙 뺐겠구나 하는 것도 그런 생각들 중의 하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