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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 수 없음'이라는 無名으로 남은 친구
    obituary 2019. 12. 12. 11:27

    카톡 메시지를 정리하는데, '알 수 없음'이라는 명의의 상대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있다. 누군가고 열어 보았다. 지난 해 9월에 주고받았던 서너 개의 메시지다. 내용을 드려다 보는데 갑자기 몸에서 힘이 쭈욱 빠지는 느낌이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친구와의 대화다. 당시 투병 중이던 친구에게 가을 아침 일산 호수공원을 걸으며 독려하는 마음으로 호수를 찍은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고 그 친구도 화답을 하고 있었다.

    친구는 당시 아이 결혼식을 앞두고 마음이 바빠져 있었을 것이라 그에 대한 나의 격려도 담겨있다. 친구와의 대화는 그 몇 개로 끝이었다. 그 후 전개되는 친구의 어려운 상황은 생각하기 조차 끔찍하다.

    그 친구가 이름 대신 '알 수 없음'으로 나와 있는 것에서 새삼 친구의 부재를 느낀다. 친구의 전화가 해지되었으니, 카톡에서도 그에따라 그렇게 처리했기에 '알 수 없음'이라는 이름으로 뜨게했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한편으로 슬픈 마음이 든다. 얼마 전에 유명을 달리한 친구가 '알 수 없음'의 무명으로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게 그렇다.

    십여년 전에 죽은 한 친구는 당시 젊은 부인을 남겼는데, 친구 세상 뜨고 꽤 세월이 흐른 후 언젠가 내 전화번호부에 그 친구 옛날 전화번호가 남아있어 술 취한 김에 전화를 한번 해 봤다. 그랬더니 바뀐 전화번호라는 메시지와 함께 어떤 여자 분이 전화를 받았다. 친구의 젊은 부인이었다. 그 분은 친구를 잊지 못해 친구의 전화를 그때까지도 해지하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적잖은 세월이 흘렀기에 아마 그 부인도 친구 전화를 해지했을 것이다.

    아무튼 사람이 가고나면 결국은 살아있는 주변에 남겨지는 것은 그런 것들일 것인데, 그게 어느 날 불쑥 나타나면 그 한 때나마 잊고있던 고인을 생각하고 추억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 아침 그런 일이 우연히 나에게 일어났고 나는 그래서 그 친구에 대한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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