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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申東曄 시인 타계 50주년
    obituary 2019. 10. 5. 14:53

    가끔씩 내 기억의 혼미해져감에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나이 탓이라 기억의 망각곡선이 점차 가팔라져가고 있다는 자위 정도를 썪어 얼렁뚱땅 넘기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사람과 관계된 경우 미안하고 죄송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저께 신문을 보다 그런 경우를 또 한번 느꼈다. 올해가 신동엽(申東曄) 시인 타계 50주년이라는 것을 신문을 보고 알았던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거의 매년 시인이 타계한 4월이면 북한산을 올라, 시인이 생전에 좋아하며 노래했던 진달래 꽃 속에서 시인을 추모하곤 했는데, 올해는 그 마저도 모르고 지나쳤던 것이다. 더구나 올해가 50주년이라는 사실이 고인에 대한 죄송스러움을 더 하게 한다.

    신문기사는 申 시인의 타계 50주년을 맞아 그를 기리는 모임에서 부여 백마강에 세워져 있는 고인의 시비를 찾았다는 소식을 적고 있다. 그 소식을 알았으면 나도 당연히 함께 갔을 것인데, 그게 왜 내 눈과 귀를 피해 갔는지 아쉽다. 시인의 고향이 부여다. 그곳에는 시비와 함께 지난 2008년 시인의 부인인 인병선 여사가 건립한 '신동엽 문학관도 있다. 印 여사는 그 해 시인과 자신을 각자의 일로 돌려 보내는 '이별식'을 치르고 시인의 모든 유품과 여사와 시인의 모든 추억이 담긴 물품을 그곳에 기증했다.

    인 여사는 1969년 시인이 작고한 후 홀로 우리의 전통 짚풀문화를 되살리거나 창작하는 일에 매진해 이 분야의 장인으로 존경받고 있다. 인 여사가 하는 일도 궁극적으로는 시인의 정신과 일치한다. 신동엽 시인의, 민초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여사가 반평생을 기울여 하는 짚풀문화는 동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짚풀은 곧 농민의 생활이고 문화이며 농민의 마음이 배여있다는 점에서 짚풀문화와 신 시인은 결국 한 묶음이라는 얘기다.

    기사에 인 여사에 관한 얘기가 없는 게 좀 아쉽다. 부군인 신동엽시인 만큼이나 부여 '신동엽문학관'에 깊은 애착을 갖고있는 분이라 더욱 그렇다. 여사를 지난 2013년에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짚풀문화와 관련한 인터뷰였지만, 신동엽 시인에 관해 많은 얘기를 주고 받았다. 팔순을 넘긴 연세이니 아무래도 건강이 염려되는데, 부여 50주년 행사에 함께 하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 누워 追憶하자,

    호젓한 산골길서 마주친

    그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던가, 하고."

    (신동엽 '그 사람에게' 中에서)



    관련기사: https://news.joins.com/article/23593946

    ​관련기사(II):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8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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