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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 크로스먼의 '幻想을 깨다'라는 책
    컬 렉 션 2019. 9. 4. 10:54

    '幻想을 깨다.' 옛날 책이다. 오늘 재활용 수거하는 날에 맞춰 갖다버릴 책 더미 속에서 나왔다. 표지에 책 주인으로 보이는 이름이 적혀있는데, 그 때문에 일부러 꺼내 들춰본다. 이렇게 적혀있다. '제 8 전차대대 본부중대 盧柱錫.'

    아마 이 책의 원래 주인이 軍복무 시절에 읽던 책인 것 같다. 노주석, 노주석이라 많이 듣던 이름이다. 그 호기심에 이 분 이름으로 검색해 봤더니 나오질 않는다.

    문고판 이 책은 장준하 선생의 '思想界'에서 단기 4294년, 그러니까 1961년에 출간한 것으로 나와있다. 내 나이 10살 때 나온 책인 것으로 미루어, 이 분이 나보다 얼추 10년 이상의 선배로 보이는데, 이름이 낯 익은 연유를 모르겠다.

    또 다른 호기심에 이 책에 관해 찾아봤다. 저자인 R. 크로스먼(Richard Crossman)으로 검색을 했더니 어느 대학도서관에서 나오는데, 바로 이 책이다. 또 한 대학도서관에서는 다른 제목으로 나온다. '공산주의를 벗어난 인물'이라는 제목으로, 이 책은 내가 태어난 해인 4284년 을유출판사에서 나왔다. 원제는 'The God That Failed'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크로스먼이 1917년 레닌 공산혁명이래 공산주의에 몸 담았다가 환상을 깨고 나온 저명 작가들의 얘기를 편집한 것인데, 아서 케스틀러, 이그나지오 씰로네, 앙드레 지이드, 스티븐 스펜더의 글이 실려있다. 말하자면 이들의 사상전향 고백서인 셈이다.

    이 책을 좀 더 살펴보니 표지에 '사상계 지령 일백호 기념문고'와 '사상문고 2'라고 적혀있다. 그러니까 사상계 잡지 100호를 기념해 2번 째로 내놓는 문고판이라는 것이다. '사상문고'는 대학 다닐 적에 한 두권 씩 사 모았다. 꽤 되는 분량인데, 그것들은 대부분 지난 주에 내다 버렸다. 그런데, 어떻게 이 한 권이 용케 다른 책들 속에 끼어 있었던 것이다.

    이 책 발간이 1961년 7월이니, 5.16 군사혁명 막 직후다. 그래서일까 뒷 표지 한 페이지에 '혁명공약'이 인쇄돼 있다. 사상계가 당시로는 진보성향의 잡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공 군사정권이 들어선 상황에서 사상계를 사회주의 성향으로 보는 의심의 일단을 그 나름으로 불식기키고자 하는 일종의 제스처로 보여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저런 호기심과 생각 끝에 이 책은 버리지 않기로 했다. 책을 내다 버리려면 두 눈 딱 감고 버려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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