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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 국 회견과 기자들
    뉴스 엮인 글 2019. 9. 3. 07:50

    어제 국회에서 조 국더러 기자들을 대상으로 거의 한 나절 이상을 주절거리도록 한 게 기자회견인지 기자간담회인지, 아니면 무슨 해명회인지 잘 모르겠다. 개. 돼지가 되지 말자는 생각에 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장면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온 텔레비전이 거의 생중계하듯 했기 때문에 이리 저리 채널을 돌릴 적마다 화면에 보였다. 그러니 얼추 몇 초 아니면 몇 십초 정도 씩은 본 셈이다.

    그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거의 조 국이었고, 간혹 기자들이 질문하는 것들도 있었다. 조 국의 변명스러운 말은 아예 듣기가 싫어 나오는 족족 채널을 돌렸지만, 기자들의 질문 장면은 몇 개 보았다.

    그럴 것이다는 내 추측을 확인하는 수준의 기자들 모습이었다. 참석범위를 민주당 출입기자들로 제한했다는 이미 들었던 터라, 언뜻 언뜻 본 것이긴 해도 기자들의 태도는 한 마디로 취재원인 조국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지는 기자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조국의 처지나 감정에 동화돼 그의 입장을 거드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묻고자 하는 질문을 하면 되지 본질에서 벗어난, 심기를 묻고 거드는 듯한 군더더기 말들은 왜 그리 많았는지 조국과 더불어 기자들의 그런 꼴들에 정말 짜증이 났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스마트폰들이다. 스마트폰을 읽으며 질문이라는 걸 던지는 모습에서 아예 스마트폰이 기자 노릇을 하는 것 같았다. 기자가 취재원을 대상으로 질문을 할 때의 무기는 강력한 눈과 입, 그리고 손에 꽉 쥔 펜으로 배웠다. 물론 시대가 변한 터에 스마트폰이 여러 측면에서 효용도가 높다. 설사 그렇다고 해서 취재원인 조국을 똑바로 바라봐야 할 눈을 스마트폰에 대고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하는 질문 모습은 보기에 참 역겨웠다. 기자들이 모두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오늘 아침에 보니 일요신문 최 모기자의 단답을 끌어내는 단문형 질문이 그나마 잘 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기사도 나온다.

    어쨌든 보기에 어제 조국을 상대로 한 기자들의 모습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민주당을 출입하는 말진기자들이라고들 하는데, 그런 초짜 기자들을 노련하고 멘탈이 강하다는 조국에게 붙였다는 것부터가, 이 회견이 잘 짜여진 각본과 기획에 의한 것임을 확신케 한다. 동원된 기자들의 스마트폰에는 아마도 데스크나 조국 관련 의혹을 집중 취재한 중견 기자들의 주문사항이 적혀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기자들은 조국에게 내용도 잘 모르고 그냥 읽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 명의 미국 대통령 곁에서 백악관을 50년 출입한 헬런 토마스(Helen Thomas, 1920-2013)가 한 말이 생각난다. "기자들에게 무례한 질문이라는 것은 없다." 기자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최전선에 선 전사와 같은 존재다. 물론 취재의 예의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기자들이 무엇보다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임무다.

    조 국의 그 시끌벅적한 회견이 있고 하루가 지난 오늘, 그 회견이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공허해 한다. 그저 조국의 말도 안 되는 '변명의 성찬'이었다는 것, 그리고 동원된 기자들은 그 멍석을 깔아주었다는 것 외에 다른 그 무엇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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