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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때문에 발이 묶였다. "오늘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요. 태풍바람에 날려갈 것이니." 내가 마징가Z도 아니니 바람을 뚫고 걸어 길 파이팅이 이젠 없다. 그러니 마누라 말을 온전히 들을 수밖에.
창 밖은 무겁고 요상스레한 형상의 구름 아래 휘몰아치는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나뭇가지들이 날리고 더러는 창문을 때리기도 한다.
집에 있으니 마땅히 할 일이 없다. 마누라가 아침에 구워놓은 고등어로 낮술 한 잔 하고있다. 쌩-쌩 부는 태풍바람을 한 잔 술을 걸치며 듣고 보니 문득 바램이 생긴다.
부디 고달프게 살아가는 이 땅의 착한 백성들은 해하지 말았으면 하는. 대신 이 땅의 추악하고 나쁜 무리들은 그 뿌리 채 뽑아 확 좀 날려버려 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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