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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 꿈
    세상사는 이야기 2019. 8. 16. 22:42

    친구들과의 엊저녁 서초동 모임에 근황이 궁금했던 한 친구가 나왔다. 친구는 투병 중이라 전혀 예상치 못한 등장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잡고 한 말 던진게 "요새 우떻노, 몸은 괜찮제?"였다. 그 말을 친구에게 하면서 뭔가 어떤 기시감 같은 게 확 느껴졌다. 간 밤에 꾼 꿈이 문득 떠 오른 것인데, 그때까지 전혀 생각지 못한 꿈이다. 꿈에 그 친구가 나타난 것인데, 역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였다. 꿈 속에서 그 친구를 만나 악수를 하며 던진 말도 똑 같은 것이었다. "요새 우떻노, 몸은 괜찮제?" 그 생각이 들면서 뭐랄까, 소름이 좀 돋았다. 꿈 그대로 현실에 나타나는 현몽(現夢)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에서다.

    그 꿈은 그 친구를 만나면서 떠 올랐던 것이지만, 모임에 나오기 전 기실 마음에 담겨진 꿈이 하나 있었다. 더위를 못 이겨 이른 아침 거실 소파에 누웠다가 비몽사몽간의 꿈을 꾸었는데, 얼마 전 세상을 뜬 친구가 나타난 것이다. 산을 함께 갔는데, 어느 전망좋은 지점에 이르러 그 친구가 사진을 찍어 주겠으니 포즈를 잡으라는 것이다. 친구는 사진을 찍으러 좀 높은 언덕에 올라섰다. 그리고는 아래에 있는 나를 보고는 활짝 웃었다. 그런 꿈이었다. 마침 어제 모이는 장소가 지난 연말 그 친구와 송년회를 가진 곳이라, 그 꿈과 친구 생각으로 모임 장소에 왔던 것이다. 그러다 뜻밖에 지금 앓고있는 친구를 만났고 그 친구의 꿈이 갑자기 떠올려진 것이다.

    그 친구는 보기에 많이 좋아져 있었다. 얼굴도 좋았고 무엇보다 잘 먹었다. 와인도 많이는 아니지만 마시기도 했다. 우리들은 안도를 하면서도 먼저 간 친구 생각에 좀 울적해지기도 했다. 그런 기분 탓에 결국 이어진 게 노래방이다. 친구는 흘러간 옛 노래를 좋아하고 잘 부르기도 한다. 몇 곡 불렀다. 나더러 불러달라는 노래가 있었다. '아주까리 등불.' 그 노래를 부르는데, 먼저 간 친구가 천정에서 나를 내려다 보는 느낌이 들어 자꾸 천정을 올려다 봤다. 친구들 모두 즐겁게 노래들을 불렀는데도, 뭔가 좀 차분하면서도 울적한 기분 속의 여흥 같았다. 나만 그런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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