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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秋 夕
    추억 속으로 2019. 9. 12. 13:28
    추석은 나에겐 하나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기억에 붙박이 처럼 붙어있는 정물화(靜物畵) 같은 풍경이다. 냉장고 옆, 기대 앉을 수 있는 너른 벽 한켠은 어머니 자리다. 그 맞은 편은 제수 씨다. 그 옆으로 여동생들이 앉았다. 아내는 딱히 정해진 자리가 없이 부엌에서 왔다갔다 한다. 추석 전날 오손도손 가족들이 모여않아 음식 장만하는 풍경이다. 찌짐이 부쳐지고 생선이 구어진다. 돔배기와 문어 조려지는 달콤살콤한 냄새가 집 안에 가득하다. 그 자리 좀 떨어져 나는 동생과 술 잔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들 방, 사촌형제들끼리의 조잘거림이 다감하게 들려온다. 한산하고 풍성하고 소슬한 가을 날, 내 기억 속의 추석은 이랬다.
     
    이 정물화 같은 풍경이 오래동안 이어져 영원할 줄 알았는데, 막상 흐르는 세월 속에 이제는 추억의 그림으로만 남을 것 같다. 어머니는 병환의 후유증에다 노환으로 대구에 계시는데, 올라오지를 못하신다. 동생들은 저마다들 대구 인근들에서 어머니를 보살피고 있다. 서로들 역할을 분담키로 했다. 나는 제사를 모시고 남동생은 아버지 산소를 갔다오는 것으로. 벌써 5년 째다. 아이들 마저 밖에 나가있기에 이번 추석은 결국 아내와 단 둘이 맞게 될 것이다. 호젓한 추석이겠지만 좀 쓸쓸할 것 같다. 아내의 표정이 지레 그렇게 다가오는 게 좀 그렇다. 어머니는 오락가락하는 정신에 전화를 자주 주시는데, 말씀 끝마다에 '제사'가 달린다. "내가 올라가야 하는데, 몸이 이러니 못 올라간다. 너거들끼리 잘 모시라..." '작은 추석' 날인 오늘 아침에도 서너 번 전화를 주셨다.



                               (돔배기. 경북지역의 제사상에 반드시 올려지는, 상어고기 제사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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