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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山行 '모의'
    세상사는 이야기 2019. 11. 14. 08:23

    12일 저녁 광화문 모 주점.

    선후배들이 모여 앉아 술을 마시며 무슨 '모의'를 하고 있다.

    무슨 모의일까.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에 관한 모의다.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나갔다가 합류하게 됐다.

    다들 공룡능선을 탄 경험은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하나의 로망이 되고있는 게 공룡능선이다.

    제일 연장자인 이상호 선배 님은 80년대에 공룡능선을 타셨다고 한다.

    두번 째로 나이가 많은 나도 80년대 초에 탔다.

    지금은 공룡능선 가기가 많이 수월해졌다고 한다.

    80년대 초는 그렇지가 않았다. 능선의 길이 흐미했다.

    그러니 어쩌다 길을 잘못 들면 애를 먹기 일쑤였다.

    그 때 나는 같은 동네에 사는, 나보다 연장자인 한 분과 같이 올랐는데,

    자칫 큰 일을 낼 뻔했다. 욕심이 컸다.

    희운각에서 잘 요량으로 텐트에 주. 부식까지 준비해 간 게 무리였던 것이다.

    무거운 배낭으로 힘이 드는 바람에 그 분을 나름 챙기기는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저물어 가는 해를 보며 빨리 희운각에 도착해 텐트를 쳐야한다는 생각에,

    어느 지점에서 그 분을 홀로 남겨두고 혼자 뛰다시피 해 희운각에 도착했다.

    텐트 자리를 겨우 얻어 텐트를 쳤는데, 날이 어둑해져 가는데도 그 분이 오질 않는 것이다.

    다시 신선대 쪽으로 달리다시피 해 가니, 그 부근에서 쓰러져 있는 그 분을 발견한 것이다.

    갈증으로 입가에는 백태가 낀 상태로 기진맥진해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지고매고 하다시피 해 그 분을 희운각까지 겨우 데려왔다.

    밥이 넘어가질 않는다고 해 누룽지를 만들어 삼키게 하는 등으로 겨우 기력을 회복시켰다.

    그래서 지금도 공룡능선을 떠올리면 그 때 생각으로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다.

    2009년인가, 친구들과 공룡을 가기로 하고 설악을 올랐지만, 초입에서 나는 빠졌다.

    옛날 생각에 사로잡혀 갈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때 공룡 오를 기회를 놓쳤다.

    후배 둘은 최근에 공룡을 같이 올랐다. 둘은 공룡능선 산행을 생중계하듯 고등학교 밴드에 올렸다.

    둘은 거기서 선배기수들도 만났다. 나보다 4회 위니까 70대 중반의 선배들이다.

    이런 정황들이 나를 다시 공룡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선배 님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날 만나 공룡능선 산행을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선배 님은 나보다 딱 10년 위다. 팔십 나이의 선배다. 그런데도 아직 정정하다.

    주변 친구들은 길고 먼 산행을 꺼린다고 한다. 그러니 산행과 둘레길 걷기를 주로 혼자서 하신다고 했다.

    공룡능선 오를 시기는 설악산이 개방되는 내년 5월로 잡았다.

    그 전에 공룡에 대비한 예비 산행을 갖자고 했다.

    다음 주 평일을 택해 북한산 숨은 벽을 오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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