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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가 사고를 당했다. 술 자리에서 그 소식을 전하는 한 친구는 스마트폰으로 보내온 그 친구의 상처난 얼굴 사진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참담한 몰골이다.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 그 친구의 딸이 찍어 보내온 것이라는데, 차마 보기가 역겨울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모습이다. 근데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그 딸이 아버지의 사고 소식만 전하면 됐지 굳이 그런 흉측한 모습의 아버지 사진을 왜 보내줬을까 하는 것이다.
사진을 보여준 친구는 그 사진과 함께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하나는 친구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친구의 딸이 아버지의 사고와 관련하여 친구에게 뭔가 원망의 생각과 함께 강력한 항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는 그러면서 사진과 함께 보내진 그 딸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꽤 긴 문장이다. 요약하자면 내 아버지를 이렇게 만든 아버지 친구들에 대한 원망과 함께 재발 방지를 강조하고하는 것이었다.
애기인즉슨 이랬다. 서예를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끼리 신년회를 했다. 그 모임에 다친 친구, 그리고 사진과 메시지를 받은 친구가 물론 포함돼 있었다. 신년회에서 술들이 좀 과했는 모양이다. 다친 친구는 평소 건강 때문에 술을 기피하고 있었는데, 그 날은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였는지 많이 마셨고, 파장 무렵에는 꽤 취해 있었다. 그리고는 헤어졌다. 그 후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그 친구는 취한 상태에서 종점까지 자면서 갔다. 그리고는 종점에서 엉겁결에 버스에서 내리다 그만 땅 바닥에 앞으로 고꾸라지는 바람에 얼굴 부위를 심하게 다쳤고 119 구급대로 응급실로 후송됐다.
119에서 연락을 받은 딸은 급히 병원엘 갔다. 거기서 딸은 심하게 다친 아버지를 보았고, 사고의 배경을 짐작하고는 아버지 휴대폰을 뒤져 아버지 그 친구에게 다친 모습의 아버지 사진과 항의성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 때가 야심한 자정무렵이었다. 그게 그리도 급한 일이었을까.
우리들은 다친 친구의 처지를 당연히 딱해 했다. 평소에 조용하고 얌전하기로 평이 난 친구이기에 그런 사고를 안타까워했고 그나마 머리를 안 다친데 대해 안도감을 표했다. 친구 딸의 메시지에 대한 얘기는 좀 꺼려지고 아쉬운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딸은 아버지가 그렇게 다친 게 친구들 때문이라는 쪽으로 완곡하고 몰아가면서 아버지 친구들을 원망하는 톤이었는데, 그 표현이 말하자면 좀 강하고 거칠었다.
딸의 처지에서는 물론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뭔가 좀 싱숭생숭해들 하는 분위기였다. 꼭 저렇게 표현을 해야하나 하는 말도 나왔다. 술을 달란다고 주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에서부터 취한 친구를 끝까지 보살폈어야 했다는 책임론 수준의 말도 나왔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의 술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라는 반론도 없잖아 있었다.
이런 얘기에 무슨 결론이 있을 수 있겠는가. 우리들은 딸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 이를테면 효성스러운 마음이 지극했기에 나온 표현이라는 것으로 얘기를 끝 맺었다. 그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어떻게 뭐라 말 할 것인가. 참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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