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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밤 귀가 길에...
    세상사는 이야기 2019. 11. 9. 10:29

    어제 밤, 효자동에서 한잔하고 얼큰해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전철 역에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 내리막 계단이 있다. 어떤 분이 앞서 가고 있었는데, 술을 마셨는지 걸음걸이가 좀 이상타 싶었다. 그러더니만 갑자기 계단 입구에서 쓰러진다. 아이쿠 싶어 다가갔더니 언덕 아래로 슬슬 미끄러지고 있었다.

    몸을 구부려 겨우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당겼다. 그 분 체중이 무거워서인지 잘 끌려오질 않는다. 보아하니 술은 안 드신 것 같고 뭔가 몸에 이상이 온 것 같았는데, 손을 붙잡고 있는 상태에서 손이 풀려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의식도 희미해져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마침 더 이상 굴러 떨어지지 않기에 119로 전화를 걸었다.

    그 순간 고개를 풀밭에 묻고있던 그 분이 갑자기 소리를 친다. 119 신고하지 마세요! 그 소리에 전화를 일단 끊고 말을 걸었다. 괜찮습니까? 그랬더니 괜찮다는 답이 돌아온다. 다시 한번 괜찮냐고 물었더니 염려마시라 한다. 그러고는 자기 손을 뻗쳐 풀 무데기를 잡고 올라오려 애를 쓴다. 다시 손을 잡았더니 그냥 뿌리치고는 자기 힘으로 올라오려 끙끙댄다.

    그 사이 몇몇 지나가던 행인들이 모여들었다. 그 분은 힘이 빠졌는지, 그 상태에서 고개를 들어 나를 포함한 행인들을 빤히 쳐다본다. 그러더니 이런 말을 한다. 구경거리 아니에요. 빨리들 가세요. 나는 괜찮으니. 그 말에 사람들이 제 갈 길을 간다. 나도 돌아섰다. 몇 걸음 걷다 뒤를 봤더니 그 분은 천천히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무사하게 귀가했을 것으로 믿는다. 그 사이에 술이 다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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