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북한산.
고등학교 동문들과의 오랜 만의 산행이다.
족두리봉을 경유해 향로봉과 비봉능선으로 해서 사모바위까지 오르고 걸었다.
향로봉에서 비봉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은 정말 오랜 만이다. 그래서인지 약간의 센티멘털리즘에 젖었다.
동문들과의 산행이지만, 거의 자유산행에 가깝다.
사모바위에서는 각 기수별로 자리를 찾아 점심들을 먹는데, 나로서는 좀 어색했다.
하지만 모두들 댱연히 그런 줄로 알고 있었다.
몸만 갖고 오른 나는 33회 어원해 후배의 신세를 졌다.
승가사 쪽으로 내려오는 길이면 항상 앉아 뒤풀이를 하던,
북한산에서는 아마도 기가 제일 센 거대한 암장을 마주한 바위에 앉아 요기를 했다.
후배는 '배다리' 막걸리와 문어 조림, 쪽파김치를 싸 왔다, 혼자 살면서도 잘 챙겨먹는 후배다.
가을바람 솔솔 부는 바위에 편안하고 한적하게 앉아 마시는 막걸리. 세상의 시름도 담아 마셨다.
구기동 '삼각산'에서의 뒷풀이는 동문 전원이 참석했다.
회비 1만원인데, 5만원 짜리를 내니 4만원을 중인환시리에 돌려준다.
그 4만원으로 후배들과 '미강궁'에서 이과두주와 오향장육을 먹었다.
물론 4만원보다 훨씬 많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