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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란, 동백이 지고 남은 노래
    컬 렉 션 2010. 10. 17. 17:58

    친구가 노래 한 곡을 보내왔다.

    조 영남 노래다.

    제목이 좀 야리꾸리했다.

    '모란동백'

    모란이면 모란이고 동백이면 동백이지 '모란동백'이라니.

    얼마전 어떤 텔레비전에서 들은 노래라는데,

    나는 그 프로그램을 못 봤다.

    그 방송에서 자신의 '장송곡'으로 부른 노래가 바로 '모란동백'이었다는 것.

    한번 들어 보니 그저 그랬다. 가사내용이나 멜로디가 무슨 넋두리 같고.

    그런데 친구의 성의도 있고 해서 두번 세번 들었다.

    그랬더니 어라, 그 게 아니다. 노래가 들을수록 감치는 맛이 있다.

    계속해서 들었다. 그 노래가 점차 좋아지더니 귀에 착 감기어 왔다.

    노랫말을 천천히 음미해서 들으니 그 게 더 가슴을 당긴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녁에 눈이 내리면...

     

    노랫말은 애시당초 시(詩) 였다.

    누구의 시인지 궁금해졌다.

    이 제하다. 이름이 독특한, 여름을 제사지낸다는 이 제하(祭夏) 시인이다.

    이 시인의 시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저 좀 어렵고 난해하다는 정도의 수준이다.

    그런데, '모란동백,' 이 시는 참 쉽고 간결하다.

    쉽고 간결하면서도 그 내용은 무거운면서도 따스하다.

    져버린 모란과 동백이 어느 누구의 시린 사랑의 추억이 되게 하는.

    노래 곡도 싯귀와 닮았다.

    느릿느릿 간결하면서도 오밀조밀하게 가슴을 후벼치는 그 무엇이 있다.

    누구의 작품인가했더니 이 제하의 것이다. 그 재주가 놀랍다.

     

    수년 전이다.

    평창동에 '마리안느'라는 와인집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고 지내는 어떤 선배분과 한번 찾기로 했다.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주인은 없다.

    내실에 있다는데,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들 만나기가 싫다는 것이다.

    대학 1학년 때의 조그만 인연을 빌미로 찾아갔는데,

    문전박대를 당한 것이다.

    1970년대 초에 신촌 이화대학 근처에서 무슨 장사를 하셨다.

    신촌역 부근에서 술을 마시다 통금 무렵 들락거린 기억이 있는데,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시인은 우리들 장삼이사하고는 좀 다른 점이 많다.

    문학적 재능은 이미 고교시절 정평이 났다.

    그 시절 이미 '학원문학상'을 수상했을 정도의 문재를 가졌었다.

    고교시절, 지금은 은퇴한, 모 신문의 논설위원을 지낸 유 아무개 씨와 주고받은

    우정의 편지는 교과서에까지 수록될 정도였다.

    대학은 미대를 가 조각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학과 미술, 거기다가 '모란동백'을 작곡했다니 음악적인 재능까지 지녔다. 

     

    조 영남이 부르니 노래가 더 감칠 맛이 난다.

    그가 '장송곡'으로까지 택했다니, 나름 정성을 다해 불렀을 것이다.

     

    세상은 바람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나는 이 대목이 참 좋다.

    특히 '고달파라' 부분의 한 음정 올리며 휘감는 게 좋다.

    바람불고 고달픈 세상,

    어느 변방을 떠돌면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 길은 유머스럽고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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