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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꽃
    컬 렉 션 2010. 10. 26. 14:42

    꽃에는 문외한이다.

    꽃 이름도 모르고, 기르고 가꾸는 것도 모른다.

    그래서 집에는 꽃이 없다.

    어쩌다 누가 들고 온다든가 하는 꽃들은 이내 시든다.

    나름대로 물도 주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하루 이틀을 못견디고 시들어 죽고만다.

    시든 모습을 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꽃을 집에 두지 않는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마누라도 마찬가지다.

    마누라도 꽃에는 잼뱅이다.

    둘의 몇 안 되는 공통점이랄까.

     

    집엔 꽃 대신 이파리가 길다란 양난 두 화분이 있다.

    이 건 좀 오래된 것이다.

    5, 6년 전인가, 난 재배를 하는 마중 동기 추 헌봉이

    동창회 때 한 차 잔뜩 싣고 와 동기들에게 나눠 줬는데,

    그 때 얻은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난은 죽지 않고 여태 버티고 있다.

    어쩌다, 정말 어쩌다 생각나면 물 한번 씩 줄 뿐인데도 살아있다.

    이 난이 얼마전부터 좀 이상해지더라.

    물을 한 번 주려고 보니 무슨 대궁같은 게 자라 솟아있는 것이다.

    무슨 망울 같은 게 맺혀있어 뭔가 싶어 만져봤더니

    끈적끈적한 액체같은 게 묻어 나왔다.

    그러려니 하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늘 아침, 푸근하게 늦잠을 자고 마루로 나갔더니,

    뭔가 이상했다. 거실이 좀 화사하게 밝아진 느낌이 드는 것이다.

    무슨 향기도 나는 것 같고.

    웬일인가 싶어 둘러봐도 변한 건 없다.

    그 때 뭔가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있었다.

    꽃이었다.

    창가 서랍장 위에 놓여있는 두 화분의 양난 중 하나에서 꽃이 피어있었다.

    다가가 보니 며칠 봤던 그 망울이 꽃을 피운 것이다.

    이 게 무슨 조화인가. 기분이 참 묘해졌다.

    묘한 기분이었지만, 가슴이 밝아져 오는 듯 했다.

    좀 더 자세히 봤더니, 꽃을 채 피우지 못한 망울도 여러 개다.

    거기서 또 꿏을 피울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그 꽃망울이 그렇게 소중해보일 수가 없다.

    갑자기 분주해졌다. 화분을 욕실로 들고가 정성껏 물을 줬다.

    물론 꿏이 안 핀 난에도 물을 듬뿍 줬다.

     

    이 아침,

    꽃을 피운 난을 바라보고 있으니,

    뭐랄까 가슴 한가득 희망 같은 게 몽근하게 피어나는 느낌이다.

    무슨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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