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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샬리아핀, 샬리아핀
    컬 렉 션 2010. 11. 9. 11:22

    러시아관련 책은 역시 어렵다.

    읽기는 읽는데,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러시아 역사와 문화에 워낙 과문한 탓일 것이다.

    수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그 많은 이름들은 대부분 생소하다.

    그러니 아는 이름이라도 나오면 반갑다.

    그러나 몇 안 된다.

    톨스토이, 푸쉬킨이니 투르케네프, 체홉, 고리키, 도스토예프스키 등

    세상에 널리 잘 알려진 사람들이다.

    음악 쪽에서 알만한 인물은 겨우 한 두 명이다.

    무소르그스키와 림스키 코르사코프.

    역사 쪽으로 오면 더 그렇다.

    그 유명하다는 '러시아 국가의 역사'를 쓴 카람친도,

    그 책을 본 적이 없으니 나에긴 생소할 수 밖에.

    보리스 고두노프도 그렇고 네크라소프도 그렇다.

     

    책을 반 쯤 읽은 상태에서,

    어제 한 인물이 읽는 재미를 더해줬다.

    좀 아는 사람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표도르 샬리아핀(Feodor Schaliapin).

    노래하는 사람으로,

    20세기 최고의 베이스(Bass)로 꼽히는 성악가다.

    '러시아의 전설'로도 불리는 가수다.

    이 사람이 언급되기를,

    "샬리아핀의 젊은 시절인 1896년 그의 후원자이자

    성 페테르스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주인 마몬토프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마몬토프는 스트라빈스키 같은 중견가수들이 그가 주목받는 것을 방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믿고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프스코프의 소녀'에서

    뇌제 이반 역을 맡겼다"는 내용이다.

    샬리아핀이 1873년 생이니까 1896년이면 그의 나이 23살 적의 일이다.

     

     

                        Feodor Ivanovich Chaliapin(1873 - 1938)

     

    딱 다섯줄 언급된 샬리아핀 부분을 읽으면서 좀 감개무량했던 것은,

    까맣게 느껴졌던 제정 러시아가 가깝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연찮은 인연으로 알게 된 샬리아핀과는

    착각인지는 모르지만 나름 동시대인으로 생각해왔는데, 이 양반이

    혁명의 태동기, 러시아 문화의 한 주역이었음을 새삼 알았기 때문이다.

     

    한 5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친구와 설악산 봉정암을 가는데, 독일인 한 사람이 동행했다.

    독일문화원에 계신 분이었는데, 나이는 우리들보다 훨씬 많았다.

    봉정암에 올라가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하산 길이 험했다.

    비가 왔기 때문이다.

    길을 잘못 들기도 하면서 내려갔는데, 그 과정에서 이 분이 무진 고생을 했다.

    서울로 돌아와 얼마 쯤 후, 그 분으로부터 선물을 하나 받았다.

    CD였는데, 아끼는 것이라고 했다.

    그 게 바로 샬리아핀의 것이었다. 러시아 전통민요를 부른 씨디였다.

    열 몇곡이 들어있는 노래 중 흥흥거리며 리듬을 알 수 있는 노래는

    서너곡. '볼가강의 배끄는 인부들의 노래'와 제목은 알 수 없지만,

    대학 다닐 때 번안해서 불렀던 스텐카라친이 들어가던 노래. 그리고 '검은 눈동자(블랙 아이).'

     

    지난 7월,

    30여년 전 고향 신문사에서 만나 헤어진 후 행방을 모르고 있었던 선배를 만났다.

    인천, 그 선배의 집에서 만나자마자 술을 마셨다.

    부친 얘기를 하셨다. 비극적 생을 마친 부친 얘기를 하다가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부친이 좋아하는 노래라는 것.

    그 게 바로 샬리아핀이 부른 '볼가강 배끄는 인부들의 노래'다.

    흔히들 '볼가강의 뱃노래'라고도 하는데,

    "아이다다 - 아-이다"라는 후렴이 인상적이다.

    술 한잔 잘 대접 받았는데, 뭘로 보답할까 궁리타가 생각한 게,

    그 독일분으로부터 선물받은 샬리아핀의 씨디이다.

    한달 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그 선배에게 샬리아핀의 씨디를 드렸다.

    그 독일분한테는 미안한 노릇이지만,

    나보다는 그 선배에게 그 게 더 필요할 것 같았다.

    물론 샬리아핀의 노래는 별도로 나의 아이팟 MP3에 옮겨 담았다.

     

    오늘 아침, 샬리아핀의 노래를 듣는다.

    책 내용 속의 샬리아핀, 그리고 그와 관련해

    인연을 맺은 분들을 떠올리며 들으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다.

     

     

    '볼가강의 뱃노래' - 표도르 샬리아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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