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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처럼 꾸무적하고 비라도 올 듯한 날,
밥상 국물거리로 된장찌게 만한 게 있을까 싶다.
대파와 양파, 호박과 감자를 듬성듬성 썰어넣어 된장을 되직하게 풀어 끓인
된장찌게는, 끓는 소리와 냄새 만으로도 마음과 속이 풍성해진다.
여기에 특별한 그 무엇을 하나 추가한다.
방아잎이다. 마누라는 또 그 것 넣는다고 한 소리다.
방아를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남도 마산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어릴 적부터 많이 먹어 입에 익숙해진 맛깔스런 조미와 香辛의 잎이 아니던가.
장어국하면 생각나는 게 방아잎이고,
방아 안 들어간 장어국은 생각할 수도 없다.
또 정구지전 - 서울서는 부추전이라고 하는 - 에 청양고추와 함께 넣으면 그 맛이 확 달라진다.
추어탕은 또 어떤가. 방아를 넣어야 특유의 제 맛이 난다고들 고향사람들은 말 한다.
입안을 감돌아 코로 느껴지고 눈으로 맺혀지는,
부드러우면서도 알싸한 고향의 맛이 그 것이다.
서울서는 방아 구하기가 쉽지않다.
예전에 한 때 풍성하게 먹을 때가 있었다.
파주 운정리에 사시는 선배가 집 텃밭에 방아잎을 길렀다.
방아잎은 잘 자란다. 아무렇게나 두어도 잘 자란다. 수확한 자리에 자라고 또 자란다.
그 때 선배로부터 방아잎을 많이 얻어다 먹었다.
오늘 된장찌게에 넣은 방아는 어렵게 구한 것이다.
어쩌다 한번씩 들리는 능곡시장 채소가게엘 갔더니,
구석진 한 켠에 있어 앞 뒤 안 가리고 산 것이다.
나는 방아로 된장찌게 말고도 여러 것을 해 먹는다.
오징어볶음에 넣어 먹기도 하고,
어쩌다 해 먹는 이탈리안 식 뽀모도르에도 바질 대신 넣어 먹는다.
그러면 정말 기묘한 맛이 난다.
모처럼 구한 방아잎으로 끓인 된장찌게를 먹으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문득 운정 선배 집의 그 풍성한 방아가 생각난다.
이즈음도 풍성할 것인데, 전화라도 한번 드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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