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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수리 순대국 집
    먹 거리 2020. 7. 23. 19:09

    아침부터 비가 오길래 문득 연꽃, 그것도 두물머리 연꽃이 생각나 능내리에서 화랑을 겸한 카페를 하는 친구를 보러 나섰다. 그러나 길이 샜다. 예정에 없던 양수리 순대국 집엘 간 것이다.

    친구는 그림보며 차 마시려 온 손님들과 있었고, 오후에 치과 진료 예약이 잡혀있다고 했다. 하기야 아무런 사전 연락없이 덕소 쯤에서 전화를 한 내가 문재이기는 문제다. 어떡할까 하다 갑자기 양수리 순대국 집 생각이 났고, 마침 배도 촐촐한데다 비도 내리고 하니 순대국에 소주 한잔이 제격이다 싶어 빗길을 걸어 그 집을 찾은 것이다.

     

     

    '돼지마을'이라는 집인데, 이십여년 전부터 많이 다녔던 집이다. 양수리 시장통이 많이 변했는데도 이 집은 예전 그대로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안 계시고 지금은 아들 내외와 딸이 하고 있었다. 순대국 한 그릇에 2천원짜리 추가순대 한 접시, 그리고 소주 한병.

     

     

    오래 된 이 집 벽에는 순대국은 "이렇게 먹으면 맛있다"라는 의미의 지침서 같은 게 붙어있다. 예전에 들렀을 때도 그에 따라 먹었기에 오늘도 그대로 따랐다. 순대국은 아무래도 순대 등 건더기 보다는 국물이 맛을 좌우한다. 이 집 순대국 국물은 담백하다. 그에다 파와 다진 청양고추, 들깨가루, 새우젓, 고추씨기름, 소금 등을 적당히 가미하면 걸죽하면서 얼큰해진다. 원래 담백한 맑은 국물이 갖은 양념으로 그렇게 변하는데서 감칠맛이 더해진다. 이 집 순대국 맛은 그렇게 해서 맛이 있는 집이다.

     

     

    순대국에 소주를 혼자 마시기는 이 집에서는 처음이다. 예전에 이 집에 올 적에는 주로 아침무렵이었다. 능내리 친구 집에서들 자고 친구들과 작취미성 상태에서 해장을 하러 많이 왔다. 왁자지껄하게들 들이 닥쳤고 왁자지껄하게들 아침 술을 마셨던 집이다. 그런 왁자지껄하게 놀던 시절도 이제는 가고 없고 추억으로만 남았고, 나는 예전 그 추억의 집에서 혼자 앉아 순대국에 소주를 마시고 있다.

     

    소주 한 병을 다 마시지는 않았다. 비오는 날, 사람 많은 주점에 혼자 앉아 소주 마시려면 웬간한 심장으로는 안 된다. 주변의 그런 시선을 감안한다면 체면상(?)으로 나마도 한 병을 다 마실 수는 없다. 계산을 하려는데 주인 아저씨가 그런다.

    "저-기 아직 술이 남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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