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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예측시스템'이라는 것
    세상사는 이야기 2020. 6. 4. 09:35

    "사람은 편안하게 살 집을 고르듯이 이 세상을 떠날 방법을 고를 수도 있는 권리가 있다." 기원전 1세기경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Lucius Annacus Seneca)는 자살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이런 말로 두둔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자살은 죄악이다. 종교적으로는 두 말 할 나위 없다. 상식적으로도 자신의 생명이지만, 그 것을 스스로 해한다는 것은 살인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살은 인간역사 이래로 쉼 없이 줄곧 이어져오고 있다. 자살을 하는 동기와 이유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 것을 3자의 입장에서 유추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 맘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유추는 유추에 그칠 뿐이다. 지난 1960년대 말, 세계보건기구(WHO)의 재미난 통계가 있다. 자살방법과 동기에 관한 폭 넓은 연구의 결과로 발표한 것이었는데, 이에 따르면 자살에 이르게 되는 동기는 989가지, 그리고 자살방법은 83가지에 달한다는 것이다.

     

    자살의 동기가 천 가지 정도 된다는 WHO 통계는 그만큼 인간의 근심과 걱정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통계가 40 여 년 전 것이니 그 숫자는 지금쯤 더 늘었을 것이다. 불교의 백팔번뇌, 즉 중생의 번뇌가 108가지라는 의미의 이 말은 백팔이 많은 것을 나타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하니 WHO 통계와 얼추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이 많은 번뇌 모두가 자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겠으나, 결국은 인간을 절망에 빠뜨려 그 어떤 해결점에 도달하는 과정 중의 하나가 자살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으로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쓸 정도로 자살자가 많다. 2010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4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있고, 인구 10만 명당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33.5명으로, OECD 회원국들 가운데 수년 째 1위다. 자살률은 OECD 평균 2.6배에 달한다. 특히 젊은 층의 자살은 심각하다. 10-30대 사망원인 1위, 그리고 20대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자살이라는 통계도 있다.

     

    자살을 예방하고 막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살의 이유와 동기를 사전에 차단하면 된다. 그러나 이 게 쉬운 일인가. 사람 각각의 마음과 생각은 저마다 다를 뿐더러, 시대 및 세태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閔泰瑗이 오래 전 그의 '청춘예찬'에서 노래하고 있는 청춘은 인생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하는 인류 역사창조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지금의 청춘은 어떤 베스트셀러 책의 제목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아픔'이라고 한다. 제 각각이고 시대에 따라 변하는 인간의 '마음의 병'인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국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 자살을 속절없이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모든 방법을 강구해 죽음에 스스로 다가가는 사람들을 구해내야 한다. 서울의 모 종합병원과 소셜미디어 기업이 합작, 개발해 최근 내놓은 '자살예측 시스템'은 그 나름대로 획기적인 발상의 측면이 있다. 물가. 실업률. 주가지수 같은 경제적인 요인과 일조량. 기온 등 환경적 요인, 그리고 ‘베르테르 효과’ 같은, 자살과 연관 있다고 알려진 요인과 함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포착되는 관련 움직임을 종합 반영해 자살을 예측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 프로그램을 2010년 실제 자살 통계치에 대입한 결과, 자살예측 시스템의 정확성이 79%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는데, SNS상의 빅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매일 일기예보를 통해 폭풍주의보. 한파경보. 황사주의보를 듣고 보듯 이 시스템을 통해 자살위험의 정도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살이 일기에 비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한들 그 것이 예측내지 예보로만 그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예보에 신속하게 대처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실제적인 자살예방과 방지에 한발 다가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모자란다. 우리는 공동체적 관점에서 더 큰 지혜를 짜내야 한다.

    (지난 2013년 6월 경인가, 자살을 예방해주는 '자살예측시스템'이라는 게 개발됐다고 떠들썩하게 매스컴을 탄 적이 있는데 그게 지금도 가동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 후 이 시스템과 관련해 이렇다 저렇다 할 아무런 언급이 없는 걸로 보아 효용가치가 없어 아마도 유야무야된 것 같습니다. 위는 그 시스템이 개발됐을 무렵, 그 시스템에 개인적으로 '환호'하는 심경으로 쓴 글입니다. 아래 기사와 같이 우리나라 자살률은 계속 OECD 회원국들 중 1위입니다.)

     

     

    [서울=뉴시스]2018년 연령대별 극단적 선택 현황.(표=보건복지부 제공) 2020.06.01. photo@newsis.com

     

     

    2018년 국가별 극단적 선택 현황.(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20.06.01. photo@newsis.com

     

     

    관련기사: https://newsis.com/view/?id=NISX20200601_0001043432&cID=10201&pID=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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