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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 25가 오면 옛날 전방부대에서의 군 생활이 떠올려지곤 한다. 나라 지키는데 무슨 큰 역할을 해서 그런게 아니라, 그저 자동 반사적으로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하면서 뭔가 울컥해지게 한다. 나라 생각이 유독 나는 날도 6. 25 즈음의 날들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더 그렇다. 나 뿐만 아니라 내 또래의 장삼이사 남정네들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옛날 앨범을 뒤져보니 이 사진이 나왔다. 1973년 개성 바로 앞 송악OP 통신병으로 근무할 때의 사진이다. 날짜는 7월 27일로 나와있고 '천득수'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그 이름을 보니 생각났다. 상병으로 있던 중대본부 고참인데, 문서수발병이었다. 둘이서 철책선 길을 따라 대대본부를 많이 다녔다. 나는 암호 수령을 해야했고, 천 상병은 문서 수발 때문이다.
사진이 있으니 천 상병에 대한 기억은 있는데, 이름은 몰랐다. 오늘 사진을 보다 뒤에 보니 '천득수' 그 이름이 적혔길래 비로소 천 상병이 천득수라는 걸 새삼 알게된 것이다. 내 또래로 서울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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