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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수공원 '산신령'
    사람 2020. 6. 19. 13:03

    소설 쓰는 김훈은 일산에 산다. 오늘 우연히 서재 한 켠에 놓여진 김훈의 산문집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이 '연필로 쓰기'인데, 작년에 나온 것으로 나와있다. 서재에 있는 것으로 미뤄 이 책을 분명히 봤을 것이다.

    그런데 기억이 애매하다. 책 제목이 생경한 것도 그렇다. 어쨌든 연필이 주는 간결한 느낌의 제목이 새롭게 와닿아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보니 어라, 첫 글이 '호수공원의 산신령'이다.

     

     

    일산사는 자신이 말하자면 호수공원을 오래 봐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쓴 글 같은데, 언듯 읽어보니 과연 그랬다.

    첫 글이 호수공원이라는 게 우선 나로서는 반갑다. 나 또한 20년 넘게 일산 인근에 살면서 마실 다니듯

    호수공원을 끼고 살았는데, 김훈도 나와 비슷하다는 점에서다.

    물론 김훈을 호수공원에서 몇 차례 마주친 적도 있다. 언젠가는 그가 '애마'라고 내세우는 자전차를 데불고

    공원 길을 걷고 있길래 몇 마디 나눈 적도 있다.

     

    호수공원 글의 첫 머리를 연꽃으로 시작하는 점에서는 늙으면 정서가 비슷하구나 하는

    동병상련의 어떤 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연꽃을 포함해 김훈의 호수공원 글에 나오는 대상들은 나에게도

    익숙한 것들이다. 그가 공원 길에서 마주한 사람들도 그렇고 수목들도 그렇고 동물들도 그렇고 풍경도 그렇다.

     

    장삼이사일지언정 공원 길을 함께 걷던 노인들이 한 둘 세상을 뜨는 것을 가슴아파 하고있는 심정도

    물론 나에게는 익숙하다. 김훈의 그 대목에서는 어떤 분을 떠 올리게 한다. 방송 성우로서 크게 명성을 떨치던 분이었다.

    병을 얻었던지 거의 매일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공원 길을 걷고 있었는데, 얼마 후부터인가 영영 보이질 않아 마음을 저렸던 기억이 있다.

     

     

    나는 연꽃 글 딱 한 편만 읽고 책을 닫았다. 더 읽다가는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훈의 글은 그런 흡인력이 있다. 연필로 꼭꼭 눌러 쓴 글이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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