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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색하고, 부끄럽고
    村 學 究 2020. 7. 12. 08:48

    새벽 산책 길에 마주치는 노부부가 계신다. 거의 매일 마주친다.

    조용 조용한 걸음인데, 항상 할머니가 앞서고 할아버지는 뒤에서 따라간다.

    마스크를 쓰고 계시니 얼굴은 안 보여 잘 모르겠으나, 곱게 늙으신 부부 같다.

    할머니는 묵주를 손에 쥐고 걷는 걸로 보아 가톨릭 신자일 것이다.

    묵주기도와 함께 기도를 하고 걸으시는데, 그 할머니를 뒤따라 걷는 할아버지는 흡사 순례자 같다.

    나도 묵주를 손에 들고 걷는데, 산책 길 어느 지점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 뭐랄까, 반갑기도 하면서 어떤 동병상련의 처지가 느껴졌다.

    독실한 신자는 물론 묵주기도가 일상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신자들도 많다.

    말인즉슨 새벽에 묵주를 들고 기도를 바치는 건 일반신자들로서는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나로서는 그런 이유가 있다. 그 노부부도 잘은 모르지만,

    어떤 절실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동병상련이 느껴졌다는 얘기다.

     

    오늘도 마주쳤다. 멀직히 앞에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순간 갈등이 일었다.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순간적인 갈등의 생각 중에도 물론 나는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데, 앞으로 다가오던 할머니가 목례를 한다. 할아버지도 그러셨다.

    나는 순간 당황하면서 아무런 대꾸도 못한 채 그냥 지나쳤다.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

    내가 먼저 그 노부부에게 먼저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게 부끄러웠다. 이를 어떻게 해야하나.

     

    데크길 위로 언덕길이 있다. 나는 항상 그 언덕길로 해서 집으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그 언덕길을 그 노부부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데, 그 길 흔들의자에 그 노부부가 앉아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 분들은 그 흔들의자에 같이들 앉아 흔들거리는 것으로 산책을 마무리하는 것 같았다.

    잘 됐다. 지나치면서 인사를 하자. 나는 그렇게 마음을 먹고 흔들의자를 지나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하질 못했다. 얼굴 마주치기가 어색하고 뭔가 떳떳치 못한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흔들의자를 어느 정도 지나친 지점에서 뒤를 돌아 그 노부부에게 목례를 보냈다.

    멀직한 곳에서의 나의 목례를 보았을까.

    아무튼 그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 때에도 흔들의자에 둘이 나란이 앉아 흔들거리고 있었다.

    활기차고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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