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感吾生之行休...
陶潛의 歸去來辭의 한 대목인데, 이즈음 가끔씩 되뇌여지는 말이다.
내 생이 갈수록 시들어지고 휴폐화돼 가고있는 걸 느낀다는.
나이가 들어가니 갈 수록 기력이 떨어진다. 그에 비례하는 건지는 몰라도 생각은 많아지고. 기력이 떨어져가는데 생각이 많아진다는 건 삶이 전반적으로 생각 쪽으로만 지우친다는 뜻일 게다. 그 생각이라는 것도 쓸데없는 것들, 이를테면 잡념 같은 것들인데, 이런 것들이 오히려 걱정을 키우면서 더 무기력하게 만든다. 늘그막의 삶이 악순환적인 것이라는 말이다.
어제 북한산 산행은 힘들었다. 날도 더웠지만, 그나마 없는 체력이 바닥이 날 정도였다.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인 탕춘대 암문으로 붙는 불광동 둘렛길 초입부터 숨이 차 올랐다. 첫 쉼터인 정자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다행히 거기서부터는 순탄한 길이라 좀 회복할 수는 있었다. 탕춘대 암문에서 한 10여분 가량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오르는 산길은 재잘거림의 연속이다. 그 덕분에 힘들 줄 모르고 올랐다. 하지만 옛 매표소를 지나서부터 몸이 지쳐가기 시작했고 좀 험한 바윗길에 붙으면서 엄청 몸이 무거워졌다. 온 힘을 다해 걷고 올랐다. 친구들은 그런 나더러 내 속도 모르고 잘 탄다, 잘 탄다고 한다. 조롱이 따로 없다. 결국 포금정사 터에 다달아서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선언'을 했다. 나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겠다.
친구들이 그런 나를 가만둘 리가 없다. 갖은 조롱(?)섞인 말들이 나온다. 나를 포함해 10명인데, 내 말이 통하지 않는다. 안무영 친구는 모처럼 나온 것임을 강조한다. 하삼주 친구는 정상에서 마실 '씨원한' 맥주를 연신 강조한다. 지쳐 퍼져 앉아있는 나를 보더니 평석 친구는 그여코 사진을 찍는다. 오늘 아침에 보니 보내 준 사진에 캡션까지 달았다. "특별한 의미의 김영철" 운운.
도저히 나를 그냥 두질 않았다. 결국 목표지점인 사모바위까지 올랐다는 얘기다. 비봉 능선에 붙는 오름길. 제일 뒤에 쳐져 쉬고 또 쉬고하며 대여섯번은 쉬었을 것이다. 코에서 단내가 나고 몸은 땀에 젖었다. 한걸음 떼기도 힘들었다. 사모바위 터에서 같이들 요기를 하면서도 나의 지친 상태는 쉽게 갈아앉지 않았고, 구기동 뒤풀이에서도 그 여파는 계속 따라 다녔다. 그 지친 몸에 약이 무엇이겠는가.
感吾生之行休
感吾生之行休
앞에 붙는 귀절이 있다. 善萬物之得時. 무릇 온갖 만물은 때를 만나 살아 움직인다는 대비적인 글이다. 예전에는 두 귀절을 함께 곧잘 쓰곤 했는데, 이제 앞 귀절을 쓸 기력조차 없다.
그저 感吾生之行休 이 귀절만 머리와 입 속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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