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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산, 그리고 정 경화를 만난 날
    컬 렉 션 2010. 12. 19. 15:08

    하산 길이 좀 심란했습니다.

    상명대 쪽에서 탕춘대 능선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상념들의 후과였지요.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이었습니다.

    며칠 전 타계한 리 영희,

    사형에서 무기로 감형된 김 길태,

    민들레국수집 아저씨 서 영남,

    이런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나만 그런가요. 악마적인 근성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남들로부터 칭송을 받는 좋은 사람들은

    나에게도 좋은 사람일 터인데,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뭐 그 게 대단한 일이고 대단한 사람이냐.

    우습다. 우습다. 이런 생각만 드는 것입니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대신 남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천하의 못된 자에게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나는 왜 그런가 하는 생각으로 북한산 산길을 걸었었지요.

     

    사모바위에서 승가사 쪽으로 내려 왔습니다.

    승가사로 가는 시멘트 포장 길을 버리고 계곡 길을 택했습니다.

    골똘한 생각 중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산은 어느덧 겨울입니다.

    나무 앙상해졌고,

    바위에 걸린 양광 한 끄트머리는 겨울빛 입니다.

    마음이 무거우니 걷는 길도 무겁습니다.

     

    매표소를 지나 구기동 도로로 접어 들었습니다.

    앞에 어떤 여자가 강아지 두 마리를 걸리며 오고 있습니다.

    강아지들이 좀 보채는 모습이 흡사 서로들 실랑이를 하고 오는 모습입니다.

    조금 멀리서 그 여자 얼굴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다소곳이 고개 숙인 얼굴인데 어딘가 낯이 익습니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함께 보면 잘 모르겠는데,

    얼굴만 보니 아, 그 모습입니다.

    정 경화.

    평소에 참 좋아하던 바이얼리니스트였지요. 

    정 명훈 등 그녀의 가족들이 구기동에 산다는 말은 들었는데,

    구기동 산길에서 그 사람과 이렇게 조우를 하게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얼굴이 마주치고 눈이 마주쳤습니다. 순간적이었지요.

    정 경화, 그 분이 저를 보고 웃었습니다.

    참 다정스럽고 기분 좋은 웃음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습니다. 안녕하셨어요.

    그 뿐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서로를 지나쳤습니다.

    참 짦은 순간의 조우였지만, 

    정 경화, 그 분의 웃음은 한 동안 못 잊을 것 같습니다.

     

     

     

     

     

    울적했던 기분이 그 웃음 하나로 맑아졌습니다.

    그 기분은 광화문까지 이어졌습니다.

    누군가의 말이 떠 오릅니다.

    사람은 희망이다.

    그러나 또한 절망이다.

     

     

     

     

    광화문에 나타난 산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낮은 곳으로 임하려는 산타의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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