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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ll'이라는 영화村 學 究 2021. 2. 1. 12:24
넷플릭스를 통해 예전에 미처 몰랐던 영화들을 더러 본다. 'The Fall'이라는 TV픽처도 그 중의 하나다.
한 며칠 보면서 '시리즈 III'까지 들어왔는데, 이쯤에서 그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영화 속 런던경시청 소속의 스텔라 깁슨 경정과 연쇄살인범 폴 스펙터가 어떻게 엮여질지에 대한 것 때문인데,
쫓고 쫓기는 상대적 관계 속에서도 어떤 '심리적 호감'으로 둘 간에 교감을 나누는 쪽으로 전개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범 스펙터도 그렇지만, 질리안 앤더슨이 분한 영화 속 깁슨 경정 또한 스펙터 못지않게 그 캐릭터가 묘하다.
범죄심리학적으로 '스톡홀름 증후군'의 한 단면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경찰로서 살인범을 잡는 외양과는 달리 내면적으로는 스펙터를 옹호하는 그녀의 심리가 안팍으로 느껴지는 게 영화적인 흥미는 유발시킬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좀 부담스럽다.
게다가 부하 남자경찰관들을 숙소에 끌어들여 욕구를 충족시키는가 하면 동성애 행각도 스스럼치 않는 캐릭터는,
아무리 그녀가 잔인하고 복잡다단한 범죄를 파고드는 수사관의 처지라 할지라도 영화의 전개 속에서 그와 관련한 일말의 타당성이 나로서는 잘 잡혀지지 않는다.
'The Fall' 속 깁슨 경정을 보면서 또 다른 영화 속 한 캐릭터가 겹쳐진다.
1970년대 초 샘 페킨파(Sam Peckinpah) 감독,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스트로 독스(Straw Dog)'라는 영화에 나오는,
수전 죠지(Susan George)가 분한 에이미라는 캐릭터다.
수학교사인 더스틴 호프만과 에이미는 부부로 한적한 시골에 산다. 그러다 그 동네 폭력배의 공격을 받는다.
에이미를 지키려는 남편 데이빗의 필사의 노력에 에이미가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는 이 영화를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갖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국내에서는 시간이 좀 흐른 후 알려진 것이었지만...
당시 이 영화가 국내에 개봉되면서 중요한 한 컷을 삭제했다. 그 삭제분의 장면은 사뭇 충격적인 것이다.
폭력배를 지키려는 데이빗을 에이미가 몰래 장총으로 데이빗을 겨누며 죽이려는 장면이다.
따분한 수학교사인 남편에게 염증을 느낀 에이미는 폭력배를 집안으로 끌어들이려 했던 것이다.
'The Fall' 이 영화를, 나는 연쇄살인범 스펙터가 심한 총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인 부분까지 봤다.
영화가 앞으로 몇 부까지 더 계속될 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깁슨 경정이 스펙터와 엮여져 모종의 어떤 사고를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드는 것이다.
안 그래도 칙칙하고 어두운 연쇄살인범 영화라 보는 내내 솔직히 마음이 무거웠다.
클리어한 권선징악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범죄의 동기와 배경이 복잡다단하다 하더라도,
이 영화는 연쇄살인범의 처지 쪽에 촛점을 맞추어 범죄를 재단하려는 일말의 어떤 흐름이 읽혀진다.
그리고 깁슨 경정은 이런 흐름을 심리적인 측면에서 타고있는 느낌을 안기는 게 못내 부담스럽다.
그러니 이쯤에서 그만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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