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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옳은 결정(right decision)'
    村 學 究 2021. 3. 3. 09:39

    어제는 한 때 몸 담았던 옛 직장을 찾았다.

    마음에 담은 일말의 욕심을 굳이 감출 필요는 없다.

    책에 대한 욕심이다.

    국회도서관이 코로나로 문을 닫고 있으니, 책에 대한 굶주림이 크다.

    그 옛 직장엔 책이 많았다. 신간이 매주 주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됐다.

    수년 전이지만 크게 변했을리는 없을 것이다.

    그 직장의 예전 후배가 편집국장이 됐다는 소식이 나의 그런 욕심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

    내 욕심을 충족시키려면 그에 상응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 또한 생각하고 있는 게 있었다.

    합정동 전철 역에 내려 사무실을 찾아가는데, 지리를 잘 모른다.

    스마트폰 지도를 보고 찾아 가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직장의 오너가 문득 생각난 것이다. 나와는 사이가 별로 안 좋았다.

    만일 그 오너가 사무실에 있는다면 나의 불쑥스러운 방문을 반길리가 없다.

    그러니 사전에 전화를 하자.

    그 오너에게 전화를 드렸다.

    전화를 통해 인사를 드리는데, 반응이 탐탁찮다. 여전히 나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는 것이다.

    다음에 한번 찾아 뵙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사무실 가는 걸 포기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뭔가 좀 아쉽다.

    애써 여기까지 온 마당에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임 편집국장이 된 후배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후배가 나오겠다고 했다. 얼마 후 나왔다.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주로 직장에 관한 얘기다.

    기실 그 얘기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나는 내 '소귀'의 목적만 이루면 될 일 아닌가.

    후배가 나를 근처 모 주점으로 이끌었다. 막걸리나 한잔 하자면서.

    막걸리 잔이 오가면서 그 후배의 부하직원 한명도 불러냈다.

    술 마시기 전에 커피 집에서 내 생각을 얘기했다.

    책 좀 보게 해 다오. 그러면 그에 상응되게 신문 만드는 일을 돕겠다.

    후배의 반응은 그저 그랬다.

    막걸리를 꽤 마시면서 취기가 올랐고, 그러고는 나너 할 것 없이 결국 신변잡기 잡담만 무수하게 오갔다.

    한잔 술에 취해 집으로 오는 길.

    내가 바라고자 한 목적이 과연 옳은 것이었냐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후배 편집국장의 신통찮은 반응 탓이다.

    결국 내 결정은 옳은 것이 아니었다. 섣부른 것이었다. 내 생각의 타당성을 주지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아쉬웠다.

    "나에게 옳은 결정이라는 것은 없다. 다만 결정을 하고 그것을 옳게 만드는 것이다"

    (I don't believe in taking right decision. I take decisions, and then make them right)

    - Ratan Tata(Indian Industrialist)

     

     

     

    인도 기업가 라탄 타타(Ratan T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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