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
    컬 렉 션 2021. 5. 15. 06:18

    '로두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
    2002년에 나온 '퍼디션으로 가는 길'이라는 이 영화를 엊저녁에 다시 넷플릭스에서 본 것은, 아무래도 자식의 혼사를 앞두고 있어서 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피아가 나오고 폭력이 난무하는 이 영화는 내가 보기엔 아버지와 자식의 얘기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하지만 좀 애매모호한 측면이 많다.
    아버지와 자식은 최악의 국면에서 서로 어떻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점이다.
    그걸 부자유친이나 사필귀정이라는 공자 가운데 토막같은 측면 만으로 볼 것인가 하는 의문을 던져주는 점에서 그렇다.

     

     


    2007년에 좀 황당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자기 아들이 맞았다고 양아치들을 동원해 폭행한 어느 재벌회장의 얘기다.
    참, 그 아들에 그 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드 투 퍼디션' 이 영화를 그 동안 몇번 봤지만, 그 때마다 그 재벌회장와 그 아들이 떠올려진다.
    나로서는 그 이유를 설명키가 어렵다.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
    여기서 ’퍼디션’은 무엇인가.
    퍼디션은 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안식을 위해 찾아가는 마을이름이다.
    즉 지명이다.
    그러나 영화가 주는 메시지로서의 퍼디션은 좀 복잡한 곳이다.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안타까운 부정(父情), 말하자면
    아들을 어떻게든 끌어들이고 싶지않은 지옥같은 곳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1930년 대 초 대공황과 금주령 속의 미국. 아버지는 ’죽음의 천사’로 불리는 마피아 킬러다.
    그러나 가정은 따뜻하다. 사랑스런 아내와 두 아들이 있는.
    어느날, 집이 풍비박산이 된다. 마피아가 주도한 살인현장을 큰 아들이 엿봤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작은 아들과 아내가 죽고, 아버지와 아들은 쫓기는 신세가 된다.


     


    아버지와 아들, 그 둘의 첫 ’퍼디션’은 아내와 작은 아들에 대한 고독한 복수의 길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들도 복수의 길에 가담한다.
    피는 결국 피로 갚는다. 피로 점철된 복수의 길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복수가 끝은 아니다. 아버지의 길이 따로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퍼디션’인 것이다.


     


    아버지는 어떻게든 아들을 이모가 있는 퍼디션으로 보내려고 한다.
    결국 둘이 그 곳으로 도착한다. 그러나 그 곳에는 마피아가 사주한 킬러가 도사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 곳에서 비참하게 죽고 아들은 용케 산다.
    아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뜻대로 한 때 피신했던 농촌의 어떤 집으로 가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 메시지의 한 단면은 강력하고도 진실한 父情이다.
    아내와 자식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그린 내용이기도 하지만,
    그 복수는 마지막 하나 남은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안타까운 보살핌인 것이다.
    처참한 살륙전 끝에 아버지는 복수에 성공한다.
    폭력과 살륙은 당연히 어쩔 수 없는 수단이다.
    아들도 그에 가담하면서 폭력과 살륙에 물들 수밖에 없다.
    그 험한 시대, 살아갈 방도가 달리 없는 상황이 아닌가.


     


    그러나 영화에서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남긴 父情의 메시지는 이런 것이다. 자기와 같은 사람이 절대로 되지말라는 것.
    마지막 장면, 킬러에게 당해 죽어가면서도 아버지는 아들의 손에 들린 총보다 먼저 방아쇠를 당긴다.
    아버지가 아들이 손에 피를 묻혀,
    결국 자기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을 마지막까지 우려했던 것이다.

    다시 재벌회장 쪽으로 돌아가 보자.
    검정 승용차에 부하와 고용한 양아치들을 태우고 몰려가 집단구타를 선두 지휘한 그 재벌회장의 모습은 음산하고 어두운 폭력 그 자체이다.
    가죽장갑에 별 두개짜리 군모를 쓰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재벌회장.
    우리 재벌회장의 자식에 대한 정도 물론 父情이다.
    그러나 그의 그 것은 ’퍼디션’的인 게 아니었다.
    재벌회장은 아들을 때린 사람을 꿀려앉히곤 아들에게 패라고 했다.
    아들의 손에 피를 묻힌 것이다.
    비뚤어진 父情, 폭력 만능주의, 그리고 야수적인 복수심.

    영화는 살아남은 아들의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냐, 아니면 나쁜사 람인가는 잘 모른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는 나의 아버지였다’는 것이다."

    내 자식들에게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되묻게 하는 대목이다.
    2002년 개봉됐으니, 벌써 옛날 영화다.
    검은 롱코트로 감싼 복수에 불타는 킬러, 그리고 처절하고 안타까운 아버지로서의 모습.
    영화속, 아버지 마이클 설리번으로 분한 톰 행크스의 연기는 점입가경이었다.


     


    어울리지 않게 마피아 보스로 나오는 폴 뉴먼도 인상적이었다.
    나는 주드 로가 청부 킬러로 나올 줄 몰랐다.
    곱상한 그 얼굴의 광기는 살기 이상의 것이었고, 그기다 사진기까지 들고 나왔으니.
    주드로가 들고 나왔던 사진기가 무슨 기종인가를 알고 싶어 영화를 2002년 그 무렵 두 번이나 봤다.
    엊저녁에 다시 봤어도 주드 로의 카메라가 무슨 사진기인 줄 알 수 없었다.
    식당에서 들고있던 카메라는 분명 폴딩 카메라(folder)인데,
    벨타(Welta)의 벨티니(Weltini) 같기도 하고, 코닥의 나겔(Nagel)같기도 하고.


     

    '컬 렉 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Last Days'  (0) 2021.05.28
    황두승 시인의 <고상한 혁명>  (0) 2021.05.23
    'Leica Reporter 250' being listed on eBay  (0) 2021.05.01
    '오로지' 이준익의 영화 '玆山魚譜'  (0) 2021.04.24
    '玆山魚譜', 혹은 '현산어보'  (0) 2021.04.2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