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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玆山魚譜', 혹은 '현산어보'
    컬 렉 션 2021. 4. 21. 11:02

    금요일, 영화보러 간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자산어보(玆山魚譜)'를 보러가자고 오늘 아침에 선영 선배로부터 전화가 와 그날 대한극장 앞에서 만날 약속을 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현산어보'라고도 하는데, 한자어로는 같다. 김훈의 소설 '흑산(黑산)'에 그에 관한 설명이 나와있는데, 아무튼 자산, 현산, 그리고 黑山은 검을 玄, 검을 黑, 그러니까 모두 검다는 점에서 같은 의미의 말이다.

    자산어보를 굳이 현산어보로 고집해 부르는 한 사람이 생각난다. 이태원이라는 분이다. 고등학교 생물교사를 한 이 분은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바탕으로 흑산도에서 수년 간 생활하면서 우리 연.근해안 해양생물의 상세한 생태를 다각도로 연구해 2002년 다섯 권의 책으로 펴냈다. 그 책이 이름하여 '현산어보를 찾아서'다. 이 책은 발간이래 매년 우수추천도서로 선정되고 있을 만큼 우수한 집필저서로 정평이 나 있다.

    '현산어보를 찾아서,' 이 책은 여러 측면에서 200여년 전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의 현신이라고 보면 된다. 이 책을 접한 후 이태원이라는 이 분의 집필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가 몇 차례 접촉을 시도해본 적이 있으나, 이 분 성품이 워낙 남에게 나서기를 꺼려해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 과정에서 알게된 사실이 하나 있다. 이 분이 나의 마산고등학교 후배라는 것이다.

    금요일 '자산어보' 영화 관람을 앞두고 오늘 '현산어보를 찾아서'를 모처럼 꺼내 뒤적거려 본다.

    지난 2018년에 '현산어보를 찾아서'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을 다시 한번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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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산어보(玆山魚譜)를 찾아서>와 이태원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한번 뒤적거리고 있다. 이태원이 쓴 ‘현산어보를 찾아서’라는 책이다.

    2002년에 나온 책이니 옛날 책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이 책은 이태원이라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생물교사가 썼다.

    정 약전(1760-1816)이 200년 전에 쓴 ‘자산어보(玆山魚譜)’를 바탕으로

    수 년 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우리 연. 근해안의 해양생물들의 상세한 생태를 다각도로

    설명하고 있는 새로운 차원의 생물도감적인 책이다.

    ‘생물도감’이라니 좀 딱딱하다는 선입감이 들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이 책 집필에 자신의 전문적 분야의 공부 및 취재와 함께 결코 얇지않은

    인문학과 역사적인 지식도 보태고 있다. 그러니 일반인들이 읽어 나가는데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 약전의 ‘자산어보’를 왜 ‘현산어보’로 읽어야 하는지에 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책을 다시 펼쳐보게 된 것은 조그마한 한 우연이 계기가 됐다.

    인문학 관련 SNS에 글 한 편을 올렸다. 그 글에 적잖은 피드백이 달렸다.

    그 댓글들 중에 ‘이태원’이라는 분이 계셨다. 내가 올린 글에 고향이 언급된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분은 자신과 같은 고향이라는 것을 밝혔다.

    그 때 퍼뜩 떠 올려 진 사람이 바로 위의 책을 쓴 이태원이다.

    내가 그를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간접적으로는 들어 알고 있다. 나의 한 후배가 그 분을 잘 알았다.

    그 후배를 통해 그 분이 고향이 나와 같은 마산이고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 후배가 그 때 나에게 권한 책이 바로 그 분이 쓴 ‘현산어보를 찾아서’다.

    그 무렵이 2010년경이었을 것인데, 그 때 단숨에 그 책을 읽었다.

    나보다는 훨씬 후배였던 이태원이라는 사람이 그 때부터 궁금해진 것은 그 책 때문이다.

    5권으로 이뤄진 그 책은 재미도 있었지만, 그 당시로는 보기 드물게 작가의 노력이 직접적으로,

    그리고 인상적으로 전해지는 좀 독특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 방면의 방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수 년 간에 걸쳐 자료 수집을 위해 도서관과 서점. 헌 책방을 뒤진 흔적과, 현지 취재를 위해 수차례 흑산도 등 현지를 직접 발로 뛴 열정적인 노고가 담긴 책이었다.

    그 때 이후 이태원이라는 분에 대해 흥미와 관심을 가졌다. 후배를 통해 접촉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시도로 만족해야만 했다. 후배 말로는 드러내기를 좀 꺼려하는 캐릭터가 있다고 했다.

    그러니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SNS 상에서 그 분을 연상시키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SNS상에서 만난 사람은 그 이태원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동명이인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흔한 이름도 아닌데, 동향의 두 이태원이 있다는 게 그랬다.

    SNS상의 그 이 태원이라는 분도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동명이인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좀 실망감이 있었지만, 그래서인지 머릿속에 계속 이태원이라는 이름이 맴돌았다.

    그게 결국은 다시 ‘현산어보를 찾아서’라는 책을 다시 펼쳐보게 된 계기다.

    오늘 국회도서관에서 그 책을 다시 펼쳐보니 예전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감흥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새롭게 확인한 것이 있다. 저자가 역시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려한다는 게 책 속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다섯 권 책 속 어디에도 자신에 대한 소개가 없다. 단 한 줄, 그러니까 책을 쓰게 된 동기의 하나로

    “대학원 재학 시절 최 기철 교수님의 육수생물학 강의를 듣게 되었다...”는 언급에서

    자신이 대학원을 다녔다는 것 딱 한 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좀 보태고자 한다.

    저자 이태원은 서울대학교에서 생물교육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마쳤다.

    졸업 후 고등학교 생물교사로 재직 중이다. 1972년 경남 의령 생으로, 마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02년 출간된 이태원의 ‘현산어보를 찾아서’는 그 해 문화공보부 우수추천도서로 채택됐으며,

    44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출간된 지 십 수 년의 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아직도 꾸준하게 많이 읽혀지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이 책에 대한 검색을 해 보니 이런 뉴스가 있다.

    이 책이 올해 2018년 1월의 추천도서로 선정됐다는 것.

    명작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와 깊이가 돋보인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다시 이 책을 새로운 기분으로 읽어보고자 한다.(2018.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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