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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망한 죽음 하나
    obituary 2021. 11. 12. 20:11

    황망한 죽음 하나를 본다.

    어제 전철역에서 헤어질 적에 나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고 오늘 아침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니까 어제 그 손짓이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문득 생각이 나 스마트폰을 열어 봤더니 사진 한장이 있다.

    나에게 어떤 시그널 같은 게 느껴졌던 것일까.

    그 분의 사진을 찍었던 것인데, 그 또한 그 분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사진이었던 것이다.

    그 선배 분은 그저께 그러니까 돌아가시기 이틀 전에 많은 얘기를 나에게 주셨다.

    한마디로 말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는 것.

    그런 얘기를 느닷없이 나에게 왜 하시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그 또한 자산의 죽음에 대한 어떤 예시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다.

     

    자신의 서재 책상 노트에 모든 걸 적어 놓았다고 했다.

    현금이 12라고 했는데, 그게 얼마 간의 돈인지 모르겠다.

    그 돈의 용처까지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미국과 독일에 있는 손자. 손녀 등에게 보낼 것이라 했다.

    내가 그 노트를 아주머님이 알고계시는가고 물었더니, 물론 잘 알고있다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자신의 선친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면서

    그렇게 속을 썩여드린 아버지가 그립다고 했다.

    그 아버님은 유명한 외과의사였고, 일본교또제국대학 의학박사인데,

    안타깝게도 아버지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이 없다고 했다.

    그 기록을 내가 찾아다 주었다.

     

    그 얘기와 아버님에 대한 사진을 어제 만나 들려주었더니 아기처럼 좋아하셨다.

    자기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 얘기를 하면서 전철 역에서 헤어졌던 것이다.

    오늘 아침 일찍 그 선배와 약속한대로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아침 모임에 나갔더니 돌아가셨다고 했다. 카톡을 보니 그 사진을 보지도 못한 채 였다.

    그 사진을 어제 보냈으면 보실 수 있었을 것인데, 그게 좀 안타깝다.

     

    그 선배의 타계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 한 쪽에 그나마 좀 후련한 한 구석이 있다.

    아침 모임에서 좀 길게 다투시던 동년배의 어떤 한 분이 있었다.

    그 분과의 화해를 내가 주선했던 것인데,

    그 또한 그저께 먼저 그 얘기를 꺼내면서 자신이 먼저 화해를 원하는 것 같았다.

    그 얘기를 듣고 내가 그러시는 게 정말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인데 내 말대로 한 것이다.

     

    어제 다투던 그 분과 한참을 얘기를 주고받으며 화해를 하고있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그 분의 마지막 모습으로 남긴 사진은,

    그 선배가 다투던 그 분과 얘기하는 걸 멀리서 망원으로 찍은 것이다.

    어제까지 건강하고 멀쩡하시던 분이었다. 그러니 황망하기 그지없다.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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