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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送年考'村 學 究 2021. 12. 31. 13:24
한 해를 마감하는 날에 감회가 없을 수 없다. 아제 나이 70 古希를 나름껏 넘겼으니 년년세세 덤덤해야할 나이지만 그렇지 못하다.
올 한 해, 몸과 마음이 스스로 부화뇌동하지는 않았다. 다만 주어지는 어떤 일에 따라 반응하는 태도가 편협해졌다. 운명적이라는 말로 대체해도 될 것 같다.
판단이 뒤따르지 못할 정도의 일들에 부대낀 한 해였다. 사리와 사물을 가리는 일은 허망한 것이다.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은 또 다른 결과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어느 상황이든 사람은 단련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심해졌다. 소심함이 나의 이른바 단련의 소산인 것인가. 사람들 속에 부대끼며 살아도 문득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나의 부덕과 편협함을 우선 탓해야 한다.
그러고도 사람을 그리워할 자격이 있을까. 그래도 사람이 그립다.
앞으로는 옛 사람이 보이지 않고, 뒤로는 올 사람 보이지 않으니(前不見古人 後不見來者).
一帆順風吉星到... 마산의 한석태 선배는 보내주신 신년휘호에서 壬寅年 내년의 吉兆를 읊고 있다. 그걸 앞당겨 노래하고 있음은 희망에 대한 기구일 것이다. 하지만 희망은 각고의 노력에 따른 결과일 것이니... 春蠶到死絲方盡 臘炬成灰淚始乾(누에는 죽어서야 실을 다 뽑아내고, 촛불은 재가 돼야 눈물이 마른다).
2021년의 마지막 날 호수공원을 걸었다. 걷고 또 걸으며 중얼거려 본다. 매년 이날 그러고 있는 게 몇년 째이던가. 그래도 이 다짐들은 유효하다. 이름하여 나의 '송년고(送年考)'다1. 풀고 갈 일이다. 맺힌 게 있으면 풀고 갈 일이다. 쓸데없는 아집과 이기로 마음을 상한 주변들이 있을 것이로되, 잘못은 모다 나의 불찰로 인한 것으로 받아들이자. 내가 먼저 풀고 받아들이자.
2. 놓고 갈 일이다. 덕지덕지한 것 좀 정리할 일이다. 마음부터 우선 좀 비우자. 내 것이라고 집착해왔던 것에서 좀 멀어지자. 나이 먹어가는 만큼 마음과 주변을 좀 비우자.
3. 추모하고 추억할 일이다. 올 한 해도 가까운 사람들이 세상을 많이 떴다. 그 사람들을 추모하고 추억할 일이다. 죽음은 이제 더 이상 어색한 것이 아니다. 먼저 간 선배, 친구, 후배들을 추억하면서 죽음에 좀 더 익숙해지자.
4. 술 좀 줄일 일이다. 연부역강의 나이가 아니다. 하루 좀 많이 마시면 다음 날은 대개 드러 눕는다. 마시는 양도 그렇지만 분위기에 너무 천착하지 말자. 마시되 단순 명료하게 마시자. 그리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자.'村 學 究'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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